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야스쿠니>의 일본 개봉이 우익단체의 반대로 취소됐다. <야스쿠니>의 배급·홍보사인 아르고픽처스는 4월12일 예정이던 영화의 개봉을 “상영을 결정했던 극장으로부터 상영 취소를 통보받아 상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야스쿠니>는 중국의 리잉(李纓)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얽힌 논란을 담은 작품.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2008년 홍콩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건 자민당의 이나타 도모미 중의원이 2월12일 일본문화청에 “영화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고 건의한 일이다. 이나타 중의원은 문화청 관할의 독립행정법인인 일본예술문화진흥회가 <야스쿠니>에 750만엔의 조성금을 지원한 것을 문제삼으며 조성금의 타당성을 지적했다. 이에 문화청은 3월12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진행했고 자민당, 민주당, 공명당, 사민당의 40명 의원들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본 뒤 이나타 중의원은 “<야스쿠니>는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국민을 침략전쟁으로 몰아낸 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데올로기적 메시지가 강한 반야스쿠니의 영화”라 주장했고, 자민당의 보수파 의원들은 3월13일 자민당 산하 모임인 ‘전통과 창조회’와 ‘평화야스쿠니의련’을 중심으로 ‘합동공부회’를 구성했다. ‘전통과 창조회’와 ‘평화야스쿠니의련’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모임으로 이들은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문화청 조성금의 타당성을 묻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겉으로 문화청의 조성금을 문제시하고 있지만 이번 <야스쿠니>의 개봉 취소 사건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일본 내 정치적 논란 때문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우익정치단체는 개봉이 예정된 극장 주변에서 항의 집회를 했고, 3월18일 도쿄 신주쿠의 파르토9 극장은 “영업상의 종합적인 판단”을 이유로 개봉 취소를 발표했다. 이로부터 1주일 뒤 상영을 결정했던 긴자 시네파토스, 시부야 Q-AXcinema, 시나마토 롯폰기 등 도쿄의 3곳과 오사카의 시네마토 신사이바시도 극장도 상영 결정을 취소했다. 이로서 도쿄 4곳, 오사카 1곳으로 예정됐던 <야스쿠니>의 일본 개봉은 무산됐다. 긴자 시네파토스를 운영하는 극장 체인 휴맥스 시네마의 나카무라 아키오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안전한 상영 환경을 확보해야 하는 극장 입장에서는 불안의 요소가 있는 영화를 없앨 수밖에 없었다.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지만 한계는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4월1일 기자회견에서 “이나타 도모미 의원의 건의는 <야스쿠니>의 개봉 취소와 관계가 없다”며 <야스쿠니> 개봉 취소 사태에 대한 정치권 압력설을 부인했지만, <마이니치신문>은 “<야스쿠니>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의 날을 세운 영화도 아니다. 문화청의 조성금은 일반 시민이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정치가들이 불만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정치권의 <야스쿠니>에 대한 일련의 행동들을 비판했다.
개봉이 예정됐던 극장의 <야스쿠니> 상영이 모두 취소되면서 <야스쿠니>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4월3일 오사카의 제7예술극장이 5월에 <야스쿠니>를 개봉한다고 발표했고, 좌익단체들은 상영을 취소한 극장 근처에서 연일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리잉 감독은 “이번 일은 시민에게 생각할 자유를 빼앗는 사태”라 비판하며, “우선 작품을 보고 건강한 토론이 될 수 있게” 상영 기회 확보를 위해 노력할 거라 말했다. <야스쿠니>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