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옆에 놓인 의자와 기모노를 입은 하얀 얼굴의 남자.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았다.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이 3월19일 완성 2년 만에 프랑스에서 먼저 개봉했다. 극장은 파리 생미셸 지역의 레스파스. 2년 동안 국내 배급을 위해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쳐도 잘되지 않았던 극장 개봉이다. 노경태 감독은 “제작사에서 스폰지, 방송사 EBS 등 여기저기 많이 시도해봤다. 그런데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밥상>은 절망에 갇힌 가족의 이야기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 실험적인 형식의 영화가 국내에서 시장을 찾기란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마지막 밥상>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아 로테르담영화제, 로카르노영화제 등에 출품됐고, 로테르담에서 영화를 본 프랑스의 배급사 E. D. 디스트리뷰션이 프랑스 개봉을 결정했다. 가이 매딘을 비롯해 예술영화를 배급하는 E. D. 디스트리뷰션에서 동양 감독의 영화를 개봉하는 건 처음이다. 이 기세를 타고 <마지막 밥상>은 국내에서도 4월25일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다. 노경태 감독은 촬영을 막 마친 두 번째 영화 <허수아비들의 땅>도 올 5월에 열릴 칸국제영화제에 응모했다. 운이 좋으면 노경태 감독의 영화 두편이 올 봄 프랑스에서 상영되는 셈. 프랑스가 먼저 알아본 재능 노경태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