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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춤사위로 채우면 그만? <스텝업2: 더 스트리트>
안현진(LA 통신원) 2008-03-12

판타지와 현실의 틈쯤이야 현란한 춤사위로 채우면 그만

춤을 소재로 한 청춘영화가 한편 더 나왔다. <스텝업>(2006)의 속편 <스텝업2: 더 스트리트>는 출신과 스타일이 다른 남녀가 춤을 통해 교감하는 전편의 얼개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이번엔 여주인공이 거리 출신이다. 고아로 후견인의 보호 아래 자란 앤디(브리아나 에비건)는 춤 패거리 ‘410’과 어울리며 말썽을 일으키자 텍사스로 보내질 위기를 맞는다. 다행히 오빠처럼 따르는 타일러(채닝 테이텀, 전편의 주인공)의 도움으로 메릴랜드 예술학교(MSA)에 합격해 볼티모어에 남지만 학업에 충실할수록 410들과 멀어지고 결국 의절한다. 앤디는 가족 같던 친구들의 등돌림에 절망하지만, MSA의 유망주 체이스(로버트 호프먼)의 도움으로 팀을 모아 길거리 댄스 대회 ‘스트리트’에 도전한다.

전편처럼 MSA가 배경이지만 <스텝업2…>는 배움의 울타리를 일찌감치 벗어났다. 비보이가 발레리나를 만나 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전편과 달리 튀튀나 토슈즈와는 거리가 먼 앤디와 체이스는 학교를 박차고 거리로 향한다. 제작자 애덤 솅크먼의 <헤어스프레이> 속 볼티모어가 60년대를 찬양하고 평등을 노래하는 거리였다면, <스텝업2…>의 볼티모어는 댄서를 위한 런웨이다. 배타적 커뮤니티의 인정을 받으려면 말보다 춤이 우세한 언어라는 것은 이 영화의 불문율이다. 춤영화의 옷을 입었지만, <스텝업2…>에는 다문화국가인 미국의 현재와 소속감에 대한 고민을 다루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아쉬운 건 그 시도가 수박 겉핥기에 그친다는 점이다.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님은 백인이고, 거리와 학교는 계급으로 양분됐다. 유사가족과 멀어진 앤디가 왕따들과 팀을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한 현실이자 아이러니다. 관객은 앤디의 좌절에 마음쓸 필요가 없는데, 스트리트 우승과 체이스와의 말랑한 로맨스까지 성취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뻔한 이야기에도 미덕은 있다. 전학생 앤디와 친구가 되는 무스(애덤 G. 세바니)는 <주노>의 블리커가 생각나는 귀여운 신인이고, 혼을 빼는 댄스장면이 즐비하다. 오프닝의 지하철 퍼포먼스와 클럽 댄스 배틀, 그리고 장대비 속 군무는 <유브 갓 서브드> <허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바비큐 파티의 살사는 흥겹다. 하지만 공들인 장면들에도 끝에 갈수록 힘이 달리는 느낌이다. 강약을 조절했어야 할 리듬이, 강도가 지속되며 무던해졌달까. 젊은 몸뚱이들이 비와 땀에 젖었음에도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미숙한 숨고르기 때문에 전편의 적당한 다채로움이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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