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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블로그 15선] INSIDERS_ 전문필자 블로그
최하나 김경우 2008-03-20

깊이있는 온라인 영화 교과서, 전문필자 블로그

Observations on Film Art

http://www.davidbordwell.com/blog/

시네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기웃거렸을 그 책들. <영화예술> <세계영화사> 등 영화 교과서의 정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미국 영화학자 데이비드 보드웰의 블로그. 공저자이자 부인인 크리스틴 톰슨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머리말이 언제나 ‘Kristin Here-’ 혹은 ‘DB Here-’로 시작돼 부부가 주고받는 연애편지를 보는 듯 묘한 감흥이 일기도 하지만, 일단 포스팅을 읽기 시작하면 금세 영화 세미나에 참석한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주로 현대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을 매우 긴 호흡으로 성찰하는 이 블로그는 재빨리 결론만 낚아채려는 조급증만 억누른다면 실로 빠져나갈 수 없는(혹은 빠져나가고 싶지 않은) 블랙홀에 가깝다. 근래 보드웰의 관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닫힌 프레임, 빠른 컷, 카메라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최근 미국 감독들의 경향”, 그의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이른바 “강화된 컨티뉴이티”(intensified continuity)다.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에 반한 일종의 대안적인 사례로 <데어 윌 비 블러드>를 제시하며 어떻게 카메라의 움직임이 아닌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동작 하나하나가 화면을 역동적으로 구성하는지, 일일이 장면을 캡처해서 주석을 달아놓았다. 전문적인 용어들과 어마어마한 글량에 압도되기 쉽지만 책이라면 각주로 포함되었을 내용을 일일이 하이퍼링크로 친절하게 연결해놓은 덕에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수준의 지식을 가진 이라면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교과서를 편찬하듯 한컷 한컷의 이미지를 정성스레 붙이고 꼼꼼히 설명하는 노학자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있노라면, 어느새 스크롤의 압박조차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Scanners

http://blogs.suntimes.com/scanners/

<시카고 선타임스>의 필자인 짐 에머슨의 블로그. 개봉작, 영화제, DVD, 영화인, 할리우드 업계 소식을 아우르는 콘텐츠가 풍성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영화나 배우를 둘러싼 논쟁들을 가감없이 전하는 포스팅들이다. 예컨대 대다수의 평론가들에게 환호받은 <주노>를 둘러싼 반박의 목소리들(부연하자면 “유창하고 그럴싸하지만 지극히 비현실적인 대화”, “피임과 유산을 둘러싼 논점을 교묘하게 회피”, “여성이 아닌 ‘소녀’를 내세워 추락 뒤 순수함의 회복이라는 환상을 제시한다” 등이 비판의 요지다. 이에 대한 반박 댓글 또한 뜨거우니 동참해보시길) 혹은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연기가 인물의 해석에 충실한 것이었는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논쟁 등 Scanners가 전하는 관점들은 폭넓고 다채로우며, 재관람을 강력히 부추길 만큼 흥미롭다. 비평가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충돌하는 지점들을 생생하게 중계하는 포스팅 외에도 구미를 자극하는 요소들이 구석구석 포진해 있다. <원스>의 미국판 DVD 표지의 글렌 한사드가 자신의 것보다 “3배 정도는 긴” 다리를 포토숍으로 이식당했다는 소식에 경악하고, 린제이 로한의 스캔들에 감명(?)받아 에머슨이 즉흥적으로 작사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노라면, 자판 사이로 흘러가버리는 시간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In the Company of Glenn

http://glennkenny.premiere.com/blog/

<프리미어>의 시니어 에디터이자 평론가인 글렌 케니의 블로그로, <프리미어> 웹사이트에 기거하고 있으나 “온라인 소굴”(online hangout)이라는 문패가 어울리듯 사적인 취향이 도드라지는 곳이다. 자신을 ‘Francophilia’로 칭하며 제스 프랭코 감독의 열렬한 팬임을 자임하다가, 뜬금없이 일본 밴드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뮤직비디오를 올려놓는가 하면, 비토리오 스토라로(<마지막 황제> <지옥의 묵시록> 등의 촬영감독)의 촬영에 침을 튀기는 등 자신의 편력기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피터 체르카스키의 <외부공간>(Outer Space, 1999)을 보지 않았으면 나에게 말걸 생각도 하지 마”라고 대뜸 들이대는 오만함이 얄밉다가도, 뻔뻔한 포장과는 달리 꽤나 친절하고 상세한 포스팅에 감명받게 된다. 오스카와 같은 대규모 이벤트가 열릴 경우 아예 ‘라이브 블로깅’을 자처해 실시간으로 투덜거림을 중계하고, 바로 다음날 “내가 지나치게 흥분했었나봐”라고 수줍게 고백하는 등 체면치레하지 않는 솔직함이 즐겁다. 다른 무엇보다도 시대와 장르, 문화의 경계를 호화롭게 넘나드는 편력기는 그 취향에 동조하건 안 하건 간에 이미 그 자체로 매혹적인 구경거리다.

Reel World Matters

http://marksalisbury.blogspot.com/

<엠파이어>의 편집장이었던 마크 샐리스버리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운영하는 블로그. <엠파이어> <프리미어>를 경유했던 ‘출신 성분’을 속일 수 없는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광이 짙게 배어 있다. 주로 신작 소식들을 발빠르게 수집해 포스팅하는데, 팬심과 전문성이 절묘하게 융합된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언 맨>의 새로운 트레일러를 올려놓고 “오. 마이. 갓”으로 사설을 대신한다거나 “올해는 새로운 본드 영화가 개봉하는 해일 뿐 아니라, 그 창조자인 이언 플레밍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임을 강한 어조로 상기시키는 등 팬보이적인 희열이 블로그를 압도하지만, 거의 모든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달고 “전 사실 코언을 잘 몰라요”라는 호소에 꼭 보아야 할 작품 리스트를 챙겨주는 등 친절한 피드백 정신이 빛을 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로스트> <와이어> 등 미드에 대한 장문의 애정 고백이 종종 등장하고, <LA타임스> <뉴욕 매거진> 등 영화 매체의 기고가로 활동하며 진행한 인터뷰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등 방문하는 재미가 결코 녹슬지 않는 블로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