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에 휘둘리던 한국영화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인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이어 <추격자> 또한 400만 관객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추격자>는 개봉 13일째인 2월26일에 전국관객 200만명을 넘어서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2월14일 개봉해 <점퍼>에 이어 흥행순위 2위를 기록한 <추격자>는 둘째 주에 정상을 차지했으며, 스크린 수 또한 40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배급사인 쇼박스의 박진위 팀장은 “비수기에 들어선 3월 초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최종 스코어를 가늠할 수 있겠다”면서 “현재 분위기로만 추정하면 전국에서 400만명의 관객을 불러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200만 돌파 시점은 개봉 뒤 15일째였다. 홍보사 인피니티 관계자는 “<추격자>의 열기는 2003년 <살인의 추억>보다 앞선다”라고 덧붙였다.
개봉 첫 주말 이틀 동안 전국에서 46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추격자>를 두고 애초 극장가에서는 250만명 정도의 관객 수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측은 개봉 둘째 주에 들어서면서부터 틀렸음이 일찌감치 드러났다. 평일 관객 수가 연일 증가했기 때문이다. 평일 기준으로 볼 때, <추격자>는 첫주에 10만명, 둘째 주에 10만2천명, 셋째 주에는 11만명을 기록 중이다. “증가 폭이 다르긴 하지만” 이 같은 기현상은 과거 <왕의 남자> 이외에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쇼박스쪽의 설명이다. 흔히 극장 관객 수는 토요일이 일요일보다 많지만 <추격자>는 외려 반대다. 투자사인 밴티지 홀딩스는 입소문이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인다.
게다가 관계자들이 400만 관객을 너끈히 예상하는 데는 <추격자>가 18세 관람가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저연령층 관객의 관람이 가능한 영화의 경우, 방학이 끝나는 시점부터 낙폭이 크지만 <추격자>는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 쇼박스의 박진위 팀장은 “놀라운 것은 영화를 본 관객의 적극적인 반응이다”라며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는 관객평이 게시판에 연일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도 적지 않다. 한 투자·배급사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제작사 비단길의 설명이고, 또 다른 제작사도 적지 않은 예산이 투여될 차기작 연출 후보 목록에 나 감독을 올려뒀다는 후문이다. 오픈엔티드픽쳐스의 서영관 대표도 “<추격자> 정도의 영화들이 앞으로 몇편 나와준다면 한국영화가 위기 국면에서 어느 정도 숨통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