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파업이 막을 내렸다. 지난 3개월 동안 할리우드를 마비시켰던 미국작가조합 파업이 2월12일 조합원 투표 결과 95.2%의 찬성으로 마침내 종결을 맞이했다. 이번 투표는 사흘 전인 2월9일 작가조합과 미국영화방송제작가연맹(AMPTP)이 DVD, 뉴미디어 등 부가판권 수익 배분에 관한 협상안을 만장일치로 타결한 데 따른 결과다. 향후 3년간의 효력을 가진 협상안에 따르면, 작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배급되는 콘텐츠의 경우 처음 2년 동안 연간 1200달러를 받고, 그 뒤 1년 동안에는 배급 수익의 2%를 보장받는다. 작가들의 최저임금도 매년 3.5%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작가조합 서부지부장 패트릭 베론은 2월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파업으로 작가들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 대한 합당한 수익을 획득하게 됐다. 이러한 진보는 작가들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는 데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방송과 영화 시나리오작가 1만5천여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은 지난해 11월5일부터 20년 동안 0.2%로 동결된 DVD 판매수익지분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인터넷과 아이포드 등 뉴미디어 판매 수입의 정당한 지분을 보장해달라며 파업을 벌여왔다. 이번 파업이 종결됨에 따라 골든글로브에 이어 좌초 위기에 놓였던 오스카 시상식은 2월24일 정상적으로 치러지게 됐다. 하지만 한국 관객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던 TV드라마는 당장 방송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시나리오 집필과 제작에 이르기까지 최소 한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일러도 3월 말은 되어야 새로운 에피소드가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다수의 언론들이 이번 파업을 작가들의 승리로 해석하는 가운데, 이들이 사실상 실질적인 소득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파업 기간 동안 많은 스튜디오들이 프라임타임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리얼리티 쇼로 대체했고, 향후에도 거액의 자본이 투입되는 드라마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작비 긴축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현재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온라인 시장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이번 파업의 성과는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버라이어티>도 파업을 빌미로 스튜디오가 작가들의 인원을 대폭 감축했으며, 프로그램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대다수가 재개약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