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전설적 악당 벤 웨이드(러셀 크로)는 한 철도회사의 현금을 싣고 가는 마차를 습격한다. 하지만 방심한 웨이드는 마을에서 붙잡히게 되고 웨이드로부터 엄청난 피해를 입어온 철도회사는 그를 유마에 있는 재판소로 보내 교수형에 처하려 한다. 문제는 그를 어떻게 기차역이 있는 도시 컨텐션까지 보내느냐다. 벤의 부하들이 살기등등하게 따라오는 와중 가난한 목장주인 댄 에반스(크리스천 베일)가 그의 호송임무에 뛰어든다.
<3:10 투 유마>는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델머 데이비스 감독이 1957년에 만든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이 영화는 <하이눈>(1952)과 비견되는데, 그것은 두 영화 모두 마을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한명의 시민이 고독하게 악당과 맞선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지 보이스>의 짐 호버먼에 따르면 “<3:10 투 유마>는 <하이눈>의 간결한 드라마를 갖지 않은 대신 미국인의 두 가지 타입(둔감한 대다수 노동자와 매력적인 사회부적응자)을 대비시키면서 심리적인 복잡성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딱 50년 만에 만들어진 신버전 또한 오리지널의 설정을 가져오지만, 컨텐션에서 3시10분에 도착하는 유마행 기차를 기다리며 벌어지는 상황이 대부분인 오리지널과 달리 21세기판 <3:10 투 유마>는 컨텐션까지 가는 여정에 상당한 힘을 싣는다. 이들 악당과 의인은 수많은 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어느새 공동의 적과 맞서고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서로가 닮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점 또한 알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 모두 전통적인 서부극 속 주인공처럼 공동체의 구원 혹은 복원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댄에게 있어 벤의 호송작전은 비굴했던 과거로부터 단절하고 가족들과 스스로에게 자신을 입증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반면 벤에게 이 여정은 마음이 통하는 (남성) 친구를 찾는 것이다. 21세기형 서부극 <3:10 투 유마>는 결국 세상의 호출에 응답하는 영웅들이 아니라 내재된 남성적 요구에 답하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캐릭터 중심의 영화답게 <3:10 투 유마>의 볼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이다. 좋은 배우들을 꼽으며 “맨골드 감독의 버전이 오리지널보다 현저히 낫다”고 평가한 로저 에버트가 아니더라도 러셀 크로의 무지막지한 남성적 매력과 크리스천 베일의 복잡한 내면연기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벤의 심복인 찰리 프린스를 연기한 벤 포스터와 서부시대에서 타임머신에 태워 막 데려온 듯한 피터 폰다의 역동적인 연기도 대단히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