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얼마나 다른 종족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화성과 금성을 끌어들였던 책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비단 남녀 사이뿐이겠는가. <스타트랙>의 SF작가 데이비드 제럴드가 아이를 입양했던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화성에서 온 아이>는 서로 다른 행성에서 태어난 두 인간이,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하는 기적을 다룬 소설이다.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동명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입양계획을 함께 세우던 아내를 잃은 뒤 입양을 포기하려던 소설가 고든(존 쿠색)은, 자신이 화성에서 왔다고 믿으면서 낮에는 상자 안에서 나오지 않고, 중력차이 때문에 하늘로 날아갈지 몰라서 늘 무거운 벨트를 차고 다니는 아이 데니스(바비 콜맨)에게 끌린다.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첫눈에 서로에게 적응할 리 없지만, 끝내 이 둘이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리라는 예상 또한 어긋날 리 없으니 염려는 말 일이다.
시작한 지 10분 만에 결말을 알 수 있는 ‘착한’ 이야기는 두 가지 지점에서 소박하게 빛난다.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아이에게 언제나 “너답게 행동하라”고,자신의 어린 시절로 미루어 남들과 조금 다른 것이 반드시 교정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고 독려하는 고든의 태도는 사뭇 감동적이다. ‘화성 소원’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오랜 세월을 함께했던 반려동물의 죽음 등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큰 여운을 남긴다. ‘가슴으로 낳아 기른 아이’와 부모의 사랑을 그리는 뻔한 입양 스토리가 아닌, 아이와 어른이 동등하게 교류하고 자신을 굽히지 않은 채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데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역력하다. 소설에서 작가 자신을 반영한 주인공이 커밍아웃한 싱글남이었던 것과 달리 영화의 고든은 이웃의 소꿉친구에게 마음이 끌리는 평범한 남자로 묘사된다. 무난한 가족영화라는 목표를 확실히 한 셈인데, 그런 면에서 고든이 데니스에게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다소 느슨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유머와 성찰을 겸비한 대사를 비롯하여 관대하고 핸섬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베스트셀러 원작의 공이 크겠지만, 존 쿠색의 독특한 나른함도 빼놓을 수 없는 지원군이다. 지루한 어른이 되느니, 소심하고 별볼일 없는 루저를 택할 중년 캐릭터로, 그보다 어울리는 얼굴이 또 있을까. 여기에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애정이 너무나 진짜처럼 다가오는 고든의 누나로 조앤 쿠색이 합류했다. 그녀의 극중 아들은 실제 그녀의 두 아들이라고. 동시대 가장 ‘멀쩡하게 별난’ 남매의 찰떡궁합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