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0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이 발표됐다. 가장 빈번하게 호명된 영화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데어 윌 비 블러드>로, 두 영화 모두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각각 8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트로피를 향한 경쟁의 선두에 섰다.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한 남자를 쫓는 살인마와 그 살인마를 쫓는 수사관에 대한 이야기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석유 채굴이 한창이던 미 서부시대를 그린 <데어 윌 비 블러드>는 2007년 연말부터 각종 평론가협회의 시상식을 휩쓴 주인공들로, 이번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상 등 6개 부문에서 접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 두편 외에도 <어톤먼트> <주노> <마이클 클레이튼>이 작품상 후보에 선정됐다. <버라이어티>는 조엘 코언을 제외한 작품상 후보 감독들이 이전까지 오스카 경험이 전무하다는 공통점을 찾아냈는데, <어톤먼트>의 조 라이트 감독과 <주노>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모두 그들의 두 번째 장편으로 후보가 됐고, 본 시리즈의 각본가로 이름을 알린 토니 길로이는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연출 데뷔작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가 되는 영예를 누렸다. 에단 코언과 폴 토머스 앤더슨도 그동안 아카데미와 소원했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초심자 경향은 각본상에서도 나타났는데, 각본과 연출을 겸한 <어웨이 프롬 허>의 배우 출신 감독 사라 폴리와 <주노>의 디아블로 코디도 아카데미 후보로 불리기는 처음이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보다 파라마운트 밴티지, 폭스 서치라이트 등 스튜디오의 인디영화 사업부에서 내놓은 영화들이 두드러진 것도 올해의 오스카 후보작을 관통하는 흐름 중 하나다.
하지만 트로피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보다 더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은, 골든글로브를 취소시킨 미작가조합(WGA)의 파업이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다. 12주째 파업을 계속해온 작가조합은 2월24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골든글로브가 취소되는 데 일조한 배우조합(SAG)도 동참을 선언했다. 시한 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시상식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마이클 클레이튼>의 감독 토니 길로이도 “시상식에 갈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시상식 취소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시상식을 개최하려는 아카데미의 입장은 확고하다. 파업이 계속될 경우를 대비해 각본이 없는 쇼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 프로듀서인 길 케이츠는 “시상식까지 남은 1달은 긴 시간이다. 그리고 오스카는 그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오스카 80년사가 담겨진 영상물로 시상식을 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