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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 나타난 거대 괴물 <클로버필드>
문석 2008-01-23

<블레어 윗치>가 <고질라>를 만났을 때

거대 괴물이 뉴욕 맨해튼에 나타나고, 뉴요커 몇명이 아파트에 갇혀 있는 한 여성을 구출하기 위해 맨해튼 중심을 가로지른다. 요즘의 블록버스터치고 줄거리에 힘을 기울이는 영화가 어딨겠냐마는 <클로버필드>의 줄거리는 허무할 정도로 간략하다. 제작진의 의도를 최대한 고려한다면 ‘엄청난 재난에도 굴하지 않는 사랑의 용기’라는 <타이타닉>식의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영악하기 짝이 없는 <클로버필드>의 진정한 핵심은 ‘빌딩만한 괴수의 출현을 손바닥만한 비디오카메라로 담는다’는 기발함이다. 하지만 이 발상의 전환은 기대 이상의 파괴력을 선사한다. 비디오카메라의 영상은 특유의 역동성과 함께 괴물이 제대로 비쳐지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공포감마저 만들어낸다(물론 그 쉴새없이 출렁이는 영상 때문에 최고의 ‘구토유발자’로 기록되겠지만). 비디오카메라의 파괴력을 스크린에 옮긴다는 점에서 <클로버필드>는 그 어머니 격인 <블레어 윗치>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두 영화는 공히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내러티브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불가지한 무언가를 믿게 만들지만, 주인공의 콧구멍과 콧물이 가장 큰 공포를 줬던 <블레어 윗치>와 달리 <클로버필드>는 괴물을 비디오카메라와 TV화면 등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사기’ 혐의를 피해간다. 무엇보다 <블레어 윗치>가 ‘신화적 공포’를 바탕으로 하는 데 반해 <클로버필드>는 9·11 이후 미국인들의 내면에 자리한 시가전에 대한 현실적 공포를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한다. 센트럴파크에서 발견됐다는 이 비디오테이프는 어쩌면 최첨단 기술로 녹화된 미국의 집단적 악몽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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