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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걸륜] 중화권 연예계의 젊은 거성
주성철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8-01-17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걸륜

주걸륜은 현재 의심할 바 없는 중화권 최고의 뮤지션이다. 7장의 앨범으로 중화권에서만 1천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톱스타다. 국내에는 영화배우로서 <이니셜 D>(2005)를 시작으로 <황후花>(2006)에서 어머니(공리)를 위해 싸우는 원걸 왕자로 출연해 얼굴을 알린 정도지만, 그렇게 중화권에서 뮤지션으로서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 중이다. 도철, 왕리홍(<색, 계>에서 ‘학생’ 탕웨이가 흠모했던 바로 그 미남자)과 더불어 대만 음악계의 ‘빅3’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그들 중 가장 어리다. 하지만 이미 10대 시절부터 대만의 오종헌, 왕리홍은 물론 홍콩의 유덕화, 장학우, 진소춘에게도 곡을 줬을 정도로 ‘천재’로 인정받았다. 18살이 되던 1997년, 오종헌이 진행하던 TV 신인발굴 프로그램인 <초급신인왕>(超級新人王)에 출연했던 그는, 대만 연예계의 파워맨이기도 했던 오종헌과 프로덕션 계약을 맺으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데뷔 앨범이 나온 해가 2000년이었으니 그는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는 중화권 연예계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다 최근에는 <무인 곽원갑>(2006)의 영화음악에도 참여하고, 언제부턴가 자신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직접 감독, 각본, 주연까지 맡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통해 ‘영화감독 주걸륜’이 됐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주걸륜이 자신의 모교인 대만의 담강예술학교에서 촬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전적인 향기를 풍긴다. 전학생 상륜(주걸륜)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이끌려 한 연습실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여학생 샤오위(계륜미)를 만나 가까워진다. 상륜에 비해 무언가 비밀이 많던 샤오위는, 두 사람이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될 즈음 사소한 오해로 그를 떠나 자취를 감춘다. 실제로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본 <아마데우스>를 통해 음악의 꿈을 꿨다는 주걸륜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통해 피아노 연주 등 자신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개봉 전부터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던 장면은 이른바 ‘피아노 배틀’ 장면이다. 영화에서 전학생인 자신을 향한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대결에서, 그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밴드 ‘남권마마’의 멤버 중 한명이자, 담강예술학교의 후배이기도 한 ‘우호’와 스피디하고 화려한 피아노 연주 대결을 벌였다. 그의 얘기에 따르면 무려 4일간 부지런히 촬영한 장면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이니셜 D>에 이어 <무간도>의 ‘황 국장’으로도 유명한 황추생이 다시 아버지로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두편에서 모두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있는 셈이다. 실제 주걸륜의 부모는 이혼했으며, 4집 앨범 제목은 아예 어머니 이름을 따 <엽혜미>(葉惠美)라고 했을 정도로 그는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과시한 바 있기에 그것은 무척 흥미롭다. 하지만 현재 아버지와 완전히 관계를 끊은 사이는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영화를 통해 내가 원하는 부자관계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요즘 누가 영화 속 부자처럼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살겠나.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꼭 넣고 싶었던 것도 아마 그런 내 마음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오랜 첫사랑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젊은 날을 어머니와 함께 성장했던 그의 실제 이야기와 겹쳐보면 그의 팬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텍스트이기도 하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주걸륜이 존경하는 인물 리스트에는 <이니셜 D>를 함께했던 유위강, 맥조휘 감독과 이연걸이 있다. 실제로 유위강과 맥조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분이 계속 촬영장에 와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촬영 중반에 오면 ‘주걸륜이 그들로부터 도움을 얻었다’고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제발 좀 나중에 와달라고 사정했다. (웃음) 그래서 결국 촬영 마지막날 오셨다”고 하니 신인감독 주걸륜의 실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불어 그는 <무인 곽원갑> O.S.T에 참여하며 <원갑>(元甲)이라는 주제곡을 부르면서 꿈에 그리던 우상 이연걸과 ‘사적’으로 친한 사이가 됐다. “데뷔작에 왜 캐스팅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실제로 출연을 부탁드렸고, 흔쾌히 ‘예스’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때 약간은 장난으로 대답하셨던 것 같다”며 “그래도 언젠가 꼭 내 영화에 부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재 주걸륜은 일본 만화 원작의 <슬램덩크>의 촬영을 끝마친 상태다. 어렸을 적 농구 코트에 버려져 자란 아이로 등장하는 그는 쿵후와 농구 모두에 능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쿵후를 응용한 화려한 점프 기술로 덩크슛을 내리꽂는 장면도 많아서 무척 재밌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처럼 그는 새로운 스타에 목말라했던 중화권 연예계의 숨통을 틔워준 ‘젊은 거성’이기도 하지만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해맑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까만 눈, 까만 머리의 소년이다. 그의 미래는 여전히 무한대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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