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곳을 생각만 해도 갈 수 있다면 어떨까. <본 아이덴티티>와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감독 더그 라이먼이 택한 후속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초능력을 가진 젊은이들을 그린 <점퍼>다. 오는 2월14일 전세계 동시 개봉예정인 이 작품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새뮤얼 L. 잭슨을 비롯해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제이미 벨, TV시리즈 <O. C.>의 레이첼 빌슨 등이 출연한다.
지난해 11월 아직 작품이 완성되지 않은 탓에 간단한 트레일러 상영 뒤 주연배우 크리스텐슨과 빌슨이 참여하는 홍보행사가 열렸다. 이들 역시 아직 완성본을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작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점퍼>가 3부작으로 제작된다는 소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크리스텐슨은 “지금으로는 확실하지 않지만, 설정상 3부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으로 “한달 전인가 더그와 내기 탁구를 쳤다. 내가 이기면 더그가 2, 3편까지 다 감독하는 것으로 했는데 내가 이겼다”며 “그럼 결정난 거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타블로이드 가십난은 물론 인터넷에도 <점퍼>를 홍보하기 위해 투어 중인 크리스텐슨과 빌슨의 로맨스설이 나돌고 있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꽤나 무르익은 편이다. 주인공 데이비드(헤이든 크리스텐슨)는 20대 청년으로, 10대 때 우연히 자신의 텔레포트 능력을 알게 된다. 시공간을 순간이동할 수 있는 ‘점프’ 능력을 십분 이용하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부유한 생활을 누린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능력을 모르기 때문에 데이비드는 늘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그리핀(제이미 벨)을 통해 ‘점퍼’는 수세기 동안 존재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점퍼라는 초능력자의 설정은 꽤 흥미롭다. 점퍼의 첫 점프는 주로 10살 미만의 어린 나이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점퍼의 감정상태와 경험에 따라 순간이동 행위 자체가 위험해지기도 한다. 특히 감정이 불안정하고 격앙될 경우 시공간에 틈이 생겨 사람과 사물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는 ‘점프스카’(Jump Scar)가 발생하기도 한다. 점퍼는 일종의 유전자 변형으로, 자신이 방문했던 곳이나 사진이나 TV에서 본 곳으로만 텔레포트를 할 수 있다. 점퍼의 생활은 항상 위기에 놓여 있다. 점퍼의 능력이 세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비밀조직 ‘팔라딘’이 점퍼를 사냥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점프’하는 능력은 수세기 동안 점퍼들의 개인적인 이윤을 위해 남용되며 역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영화 <점퍼>는 다른 점퍼들과 팔라딘이 데이비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부터 시작되고, 데이비드는 이들 사이에서 수세기 동안 계속되어온 전쟁에 휘말려 들어간다.
스티븐 굴드의 동명 공상과학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다. 프랑스와 중국, 이집트, 사하라 사막과 토론토, 뉴욕, 미시간, 도쿄까지.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촬영현장은 로마의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이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서도 보도된 바 있는 콜로세움에서의 <점퍼> 촬영은 전례가 없는 결정으로 여러 면에서 주목받았다. 우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도 촬영하지 못했을 만큼 규정이 엄격한 곳이라는 것과 관광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한정된 시간에 최소한의 촬영기구를 사용해야 했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 이루어진 촬영은 할리우드에 관심이 많은 시네필인 로마 시장 월터 벨트로니의 개방적인 정책에 큰 덕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3일간 촬영허가를 받은 <점퍼>는 오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2시간과 오후 3시30분부터 해가 질 때까지만 촬영이 허가됐으며 촬영시간이 끝나면 관광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철수해야 했다.
<점퍼>는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된 영화다.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자 제작비 규모도 갑작스럽게 커졌고, 본래 캐스팅됐던 주연 남녀배우도 지명도가 없다는 이유로 중도 교체됐다. 그러나 촬영 시작 직전과 직후에 참여하게 된 크리스텐슨과 빌슨의 호흡이 잘 맞아 오히려 좋은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3부작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점퍼>의 흥행 여부에 따라 후속편에 대한 판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으나 지금으로선 제작사인 이십세기 폭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듯하다. 현재 <점퍼>는 전세계 홍보 투어를 벌이고 있으며 2월14일에 마침내 전세계 동시개봉한다.
“더그 라이먼 감독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
헤이든 크리스텐슨(데이비드 라이스 역) 인터뷰
-지금 ‘점프’를 한다면 어디로 가겠나. =토론토 북쪽에 있는 내 농장으로 가겠다. 가본 지 꽤 됐거든. 하지만 진짜 점프를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한곳을 꼽겠나. 아마도 지구상의 구석구석을 모두 다 볼 것 같다. 열심히 하면 일주일이면 끝나려나. (웃음)
-‘점프’ 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대의 슈퍼 파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더그도 ‘점프’ 능력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 이번 영화를 만든 것 같다.
-<스타워즈> 뒤에도 프렌차이즈에 대한 미련이 남았나. =고의로 택한 건 아니다. (웃음) <스타워즈> 때문에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아마 이 작품도 그래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처음에 공상과학이고, 텔레포트를 한다고 하기에 주춤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감독이 더그라고 해서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도 어떤 영화에 나오든지 <스타워즈>와 계속 연계될 텐데 후회는 없나. =계약서에 사인할 때부터 각오가 돼 있었다. 워낙 전통있는 시리즈였으니까. 물론 앞으로도 <스타워즈>가 늘 따라다니겠지만 절대 후회는 없다. 그런 기회가 어디 쉬운가? 특히 영화상 캐릭터와 실제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팬들이 커다란 눈으로 날 쳐다봐줄 때의 기분은 무척 ‘쿨’하다. (웃음)
-농장이 있다고 했는데, 무엇을 재배하나. =200에이커 정도 되는데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앞으로는 라벤더를 재배할 예정이다. 재배하기 무척 편한 꽃이라더라. 딸 때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지금도 공부를 하는 중이지만 라벤더로 할 수 있는 게 많더라.
-아니 웬 라벤더인가. =(웃음) 라벤더가 어때서? 사실 <스타워즈> 찍을 때 잠을 잘 못 잤다. 근데 아는 사람이 라벤더 오일을 베갯잇에 뿌려보라고 했다. 그 뒤로 잠을 너무 잘 잤다. 그래서 라벤더의 팬이 됐다고나 할까. 비즈니스까지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재밌어서 하는 거다. 원래 이것저것 공부하는 게 취미다. 지금 파일럿 자격증도 따려고 연습 중이다. 완벽한 오븐 치킨 로스트 요리법도 실험 중이다.
“헤이든 크리스텐슨은 참 판타스틱한 배우다”
레이첼 빌슨(밀리 해리스 역) 인터뷰
-완성된 작품을 봤나. =아직 못 봤다. 무척 기대된다. 이미 촬영이 시작된 뒤 참여하게 돼 준비할 시간도 없었는데, 헤이든을 비롯해 모든 스탭이 따뜻하게 대해줬다. 더그도 작품 전부터 알았었고. 특히 수중촬영 등 육체적으로 힘든 연기가 많았는데 이런 분위기가 큰 도움이 됐다.
-당신도 ‘점퍼’ 인가. =아니다. 헤이든의 캐릭터 데이빗의 여자친구인 밀리 역인데, 점프 능력은 없다. 그래도 액션장면이 많았다. 스턴트도 내가 하겠다고 조른 적이 많은데 모든 장면을 내가 연기하지는 못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지 못했을 거다.
-만약 지금 당장 점프를 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나. =인도. 아마 비행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 것 같다. (웃음)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함께 연기하기 어땠는지. =참 ‘판타스틱’한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 육체적으로 힘든 연기가 대부분이었는데, 한번도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행복하게 일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사람들은 그를 그저 <스타워즈>에 나왔던 배우로만 생각하는데, 그 시리즈 이후 헤이든이 출연한 영화들을 본다면 그의 연기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아직도 TV시리즈 <O. C.>의 캐릭터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데. =4년간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경험을 할 시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당분간은 또 다른 시리즈 출연보다는 영화에 집중할 생각이다.
-같은 나이의 여배우들과는 달리 가십기사에서 보기 힘들다. =사실 LA에서 자랐고, 세트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고나 할까. 파파라치가 연출하려는 ‘위험한 자세’로 찍히는 것도 잘 피할 수 있고. (웃음) 인기인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 레스토랑 등도 자제한다. 음식이 맛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 따른 대가가 너무 크다. 요즘은 그래서 친구들과 집에서 요리해 저녁식사하는 것을 더 즐긴다.
-<O. C.> 이후 유명인이 됐는데, 장점이 있다면. =패션 디자이너들의 새로운 의상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다는 거다. 워낙 패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진 디자이너보다는 신인들의 의상을 선호하는 편이다.
-가끔 나도는 연애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 전에는 리키 마틴과 사귄다는 기사도 났더라. (웃음) 만나본 적도 없는데 말이지. 그래서 가십기사에는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그럼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사귄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쇼비즈니스에서 일하면 많은 부분이 외면적이기 때문에 나만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