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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위대한 자취를 찾아
최하나 2008-01-08

한국영상자료원 부산 분원 개원 기념, 1월8일부터 “반도의 꿈-한국영화사 걸작순례” 개최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한국 영화사의 보석들을 만나자. 한국영상자료원이 부천, 강원에 이은 부산 분원 개원을 기념해 1월8일부터 24일까지 “반도의 꿈-한국영화사 걸작순례”를 개최한다. 공백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한국 영화사의 자취들은 한국 관객 자신에게도 대부분 아직 탐사하지 못한 미지의 영토로 남아 있다. 예컨대 이만희의 걸작 <휴일>은 2005년 8월 프린트가 발견되기 전까지 실상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었고, 일제강점기의 영화적 증언인 <미몽>(1936)과 <반도의 봄>(1941) 또한 2005년 중국전영자료관을 경유해 비로소 발굴될 수 있었다. “반도의 꿈-한국영화사의 걸작순례”는 이처럼 우리가 무지했거나 무관심했던 한국영화의 위대한 성취를 되돌아보는 자리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의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30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반도의 꿈>

<마부>

영화제의 개막작이자 상영작 중 최고(最古)의 작품인 이병일 감독의 <반도의 봄>은 일제 말기 한국 영화인들의 세계를 조명한다. <춘향전>을 만들던 영일에게 친구 동생이자 영화배우 지망생인 정희가 찾아오고, 본래 춘향 역을 맡기로 되어 있던 배우가 말썽을 부리자 대신 그녀가 춘향으로 기용된다. 조선 메이저 영화사를 꿈꾸던 당대 영화인들의 열망이 투영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영화산업의 뒷모습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50년대의 대표작으로는 <자유부인>(1956), <지옥화>(1958) 등이 포진됐다.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당시의 흥행 연재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대학교수 부인의 일탈이라는 내용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1956년 당시 극장 흥행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는 기지촌을 배경으로, 양공주 소냐와 미군부대 창고를 털어 장사하는 영식의 비극을 그린다. 전후 시대상에 대한 조명 외에도 밀수범들과 헌병대의 추격신 등 오락영화에 대한 신상옥 감독의 감각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다.

상영작 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960년대의 수작들이다. 강대진 감독의 <마부>(1961)는 한 서민 가정을 중심으로 한 가족멜로드라마다. 홀아비 마부인 춘삼과 고시를 준비하는 아들, 신분 상승을 꿈꾸는 작은딸, 식모살이를 하는 수원댁 등의 인물을 통해 당시 하층민이 겪어야 했던 좌절과 극복의 드라마를 그린다. 제11회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지하조직의 보스와 그의 정부, 그녀와 사랑에 빠진 부하의 애정곡선을 따라가는 이만희 감독의 <검은 머리>(1964)는 도시의 뒷거리에 서식하는 갱들의 세계를 매혹적으로 재현했다. 희대의 청춘스타 커플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맨발의 청춘>(1964)은 60년대 한국 청춘영화의 대표작이다. 깡패인 조두수가 건달을 만나 곤란에 처한 여대생 요안나를 구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주변의 반대로 동반 자살을 선택한다. 당시 청바지와 가죽점퍼 차림의 신성일은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청춘 캐릭터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한국영화의 대표적 걸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비롯해 유현목 감독의 <춘몽>(1965), 신상옥 감독의 <다정불심>(1967)이 마련되어 있다.

비교적 근래의 작품들도 눈에 띈다. 조세희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81), 이장호 감독의 <바보선언>(1987)과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1987),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으로 내러티브보다 독특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개그맨>(1988) 등이 8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정됐다. 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의 서막을 알렸던 하일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1991), 삼국유사에 실린 조신설화를 토대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나약함을 조명한 배창호 감독의 <꿈>(1990), 한국전쟁부터 광주민주화운동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가상의 공간을 통해 알레고리화한 배용균 감독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1995) 등은 놓치면 아쉬울 1990년대 한국영화의 수작들이다.

한편 2008년 1월8일 영화제의 시작과 함께 개원하는 한국영상자료원 부산 분원은 1천여편의 한국영화를 고화질 VOD서비스를 통해 상영하고 시나리오 1만여편의 원문을 디지털 열람 방식을 통해 제공하며, 향후 다양한 한국영화 프로그램과 해외작품 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051-742-5377이나 cinema.pif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