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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한 지독한 혐오 <가면>
강병진 2007-12-26

동성애에 대한 손쉬운 접근이 야기한 불쾌함

강력반 형사 경윤(김강우)의 일상은 여러모로 고단하다. 애인인 수진(이수경)은 난데없이 이별을 고하고, 어린 시절 동네친구인 윤서의 누나 혜서(김성령)는 실종된 동생을 찾아달라고 애원한다. 게다가 처참히 살해된 한 남자의 시체로 시작된 연쇄살인사건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윤은 동료 형사인 은주(김민선)와 함께 수사를 시작하던 중 피해자의 부인인 정미숙(오지영)을 탐문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런 증거도, 살인동기도 없다. 한편 피해자의 동료이자 정미숙과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까지 같은 방식으로 살해된다. 두 피해자의 과거에서 발견된 공통점은 동성애자이자, 10년 전 한 부대 한 내무반에서 군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에게 강간당한 한 후임병이 자살을 기도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은 경윤은 수진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혜서의 부탁을 거절하며 안정을 찾아가지만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CSI> 시리즈를 향한 한국영화의 욕망은 끝이 없다. <가면> 역시 멋들어진 형사물이자, 치밀한 반전극이고 싶은 욕망을 가진 연쇄살인스릴러다. 거기에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품겠다는 야심을 덧붙인다. 하지만 증폭된 색감과 현란한 편집, 프로파일링 같은 과학수사 기법들을 영상화한 한편, 동성애자라는 소수자들의 비극을 소재로 삼은 <가면>은 노력이 욕심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영화는 경윤의 과거사와 연애사, 살인사건의 전모, 경윤의 동료인 은주의 입장을 차례로 교차시키는데, 결국 그 모든 이야기를 살인사건과 맞물려놓는다. 언뜻 보기에 관객에게 두뇌게임을 거는 듯하지만, 사실상 허술한 짜임새를 복잡다단한 인물관계로 가려놓은 것뿐이다. 영화의 가장 충격적이라고 할 만한 반전 또한 마찬가지. 등장인물들의 비중을 놓고 보면 예상할 수 있는데다, 아무런 힌트를 제공하지 않고 내세운 반전이라 깜짝쇼 외의 쾌감을 전하기는 어렵다. <가면>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비호감 요소는 동성애에 대한 지독한 혐오다. 동성애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 원인이 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포장하기엔 인물들이 시종일관 내뱉는 욕설과 이야기가 드러내는 호모포비아가 거북하다 못해 불쾌할 정도. 그래놓고서는 급기야 마지막에 가서 선심쓰는 듯 드러내는 우호적인 태도는 더더욱 심란하다. 2007년 한국 스릴러영화의 행진을 마무리하는 <가면>은 아마도 2007년의 가장 ‘못된’ 영화로 기억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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