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스 포에버>는 1977년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홀로 칩거하던 그녀에게 일어났을 가상의 사건을 구성한 작품이다. ‘세기의 소프라노’로 불리던 마리아 칼라스(파니 아르당)는 옛 연인 선박왕 오나시스가 세상을 떠나자 공식적인 활동을 모두 접고 파리의 한 아파트에 은둔한 채 살아간다. 칼라스의 친구이자 공연기획자인 래리(제레미 아이언스)는 그녀를 찾아가 자신이 제작하는 오페라영화에 출연해줄 것을 제안한다. 지금 그녀의 모습을 촬영해 전성기 시절의 목소리를 입히자는 것. 일본에서의 참담했던 마지막 공연 실황에 젊은 시절 목소리를 입힌 편집본을 보고 전율에 사로잡힌 칼라스는 래리의 제안을 수락하고, <카르멘>을 영화화하고자 결심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으로 더욱 잘 알려진 프랑코 제피렐리는 실제로 마리아 칼라스가 출연한 오페라 <노르마> <라트라비아타> <토스카>의 무대를 연출했으며, 그녀의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칼라스 포에버>는 제피렐리가 정말로 꿈꾸었을지 모르는 허구의 드라마인 동시에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친구 마리아 칼라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영화 속 영화인 <카르멘>. 생애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는 듯 열정적인 칼라스의 모습이 실제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강렬하게 살아났다. <카르멘>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느슨하게 구성됐다. 래리의 연애를 둘러싼 서브플롯은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고, 영화제작을 둘러싼 갈등 구도도 어중간한 전개에 그친다. 다소 지루한 교훈으로 끝맺는 가상의 드라마보다는 <카르멘> <나비부인> <라트라비아타> 등의 익숙한 명곡들을 칼라스의 목소리로 감상하는 청각적 즐거움이 앞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