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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과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 <리틀 핑거>
강병진 2007-12-26

금지된 몸을 건드린 새끼손가락을 자르고픈 한 남자

<리틀핑거>는 잊고 싶은 악몽과 마주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도시의 독신남 준(이케우치 히로유키)은 어릴 적 기억이 모조리 상실된 남자다. 그에게는 첫사랑의 기억은 물론이고, 첫 섹스, 첫 여행에 관한 기억까지 없다. 정신과 의사에게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며 상담을 받지만 남는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몸이 죽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뿐이다. 어느 날 시골집을 찾은 준은 그곳에서 동생인 쿠미(후쿠다 아키코)를 만난다. 지능이 다소 모자란 쿠미는 어색하게 오빠를 맞이하고, 도시로 돌아온 준은 그때서야 과거의 기억들을 조금씩 끄집어낸다. 첫 여행, 첫사랑, 심지어 첫 섹스까지 동생인 쿠미와 함께했던 것. 준은 되살아난 과거를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자기도 모르게 다시 쿠미를 찾아간다.

<리틀핑거>는 <글로잉 그로잉>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연출한 호리에 게이 감독의 2005년작이다.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통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전작처럼 <리틀핑거> 역시 도시인들의 내면을 추적한다. 극중 정신과 의사를 무작정 찾아와 죽음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처럼 준 역시 결국에는 도와달라며 절규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동생들의 사랑을 눈치채고 있었던 누나는 “진심이라면 틀려도 괜찮다”며 위로하지만 준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질 못한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상처를 담담히 관찰하는 시선은 남매의 고통을 성실히 전하지만, 이미 시효가 지난 듯 보이는 주제는 금기와 맞물려도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근친상간이란 소재도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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