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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어차피 잘 안 풀릴 텐데”

류승완 감독의 가장 슬프고 성숙한 영화 <짝패>

“100% 액션, 100% 싸움판.”

이것이 <짝패>의 프랑스판 DVD 표지를 장식하는 문구다. 프랑스 내 한국영화시장은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영화관 개봉을 위한 작품 시장과 DVD로 직수입되는 작품 시장이다. 각 시장은 서로 다른 관객층을 겨냥한다. ‘영화관용’ 작품이 일반적으로 불어자막만 사용하는 반면에 DVD용 작품에는 불어더빙 버전도 준비돼 있다. 또한 “아시아의 새로운 폭탄”이라는 말이 겉표지에 명시돼 있는데, 이것은 한국영화가 선택받은 인텔리를 위한 영화라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다. <짝패>를 일본 만화, 동양무술, 비디오게임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미 친숙해져 있는 일본·홍콩 영화권에 끼워넣으려는 것이다.

이 작품을 그냥 지나쳐버린 프랑스 언론들은 한때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 <모니카와의 여름>을 포르노 전용극장에서 보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다. 이제 프랑스영화 애호가들은 주옥같은 명작을 찾아 DVD 코너를 뒤적여야 할 형편이다. 왜냐하면 <짝패>는 유명 페스티벌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다른 영화들보다도 월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류승완이 만들어 낸 걸작이자 2007년 한해 프랑스에 배포된 한국영화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짝패>

<짝패>는 귀향하는 한 남자의 전형적인 복수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류승완 감독은 그의 인물과 같은 노정을 밟는다. 그는 고향집인 자신의 데뷔 시절을 향해 가는데,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 그는 오로지 배우들의 에너지와 제작팀의 영감에만 의존한 채 트릭없는 액션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해서 <짝패>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리메이크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단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추억하는 노스탤지어적인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80년대 젊은 시절의 혼란했던 싸움판들을 되새기는 장면에서 류승완은 젊은 배우들을 물길 속으로 집어넣는다는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젊은이들 주위로 튕겨오르는 무수한 물방울들은 마치 빛을 받은 기억들의 반짝임과도 같은 마술적 광채를 시퀀스에 더해주는데, 영화 후반부로 가서는 이 놀라운 광채가 전깃줄 화환이나 산산조각이 난 진열창으로부터 발산한다. 류 감독은 또한 서부영화나 탐정영화 혹은 쿵후같이 자신이 청년기에 즐겨보던 영화들을 환기하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액션은 점점 더 잔인해진다. 청소년들이 거의 놀이처럼 하는 싸움이나 계속되는 아이들 장난이 그야말로 실제 전쟁으로 교체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영화는 완전히 부서진 배경 안에 피범벅이 되어 홀로 남아 있는 류 감독의 강렬한 이미지에서 끝이 난다. 이는 폐허의 벌판에서 젊은 날의 순수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의 것이 되었음을 깨달은 한 냉철한 남자의 모습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류 감독의 가장 슬프면서도 성숙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짝패>는 또한 영화에 관한 영화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소년기의 순수성을 계속 유지하지 못한 한국영화의 한 단면을 확인해볼 수 있다. 새천년 도입기의 광풍은 이미 잠잠해졌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시절도 이미 저 멀리에 있다. 우리는 이제 놀라운 은빛 물방울이 빛나는 찬란한 세계를 꿈꾸듯이 이미 멀어진 그 시절을 생각하고 것이다. 물론 체제가 우리의 젊음을 빼앗아간 건 사실이고, 그들이 이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마지막의 과거 회상장면에서 등장하는 대사와 결말 부분을 기억해두도록 하자. 아이들은 지독하게 패배한 거다. 결론은 “그래도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이겼다. 그들이 절대적으로 잘못한데다가 우리가 실력으로 이긴 거다. 그리고 20년 뒤에는 어떻게 돼 있을지 미리 걱정하지 말자. 어차피 잘 안 풀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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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조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