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는, 흔전만전 쓰이는 말이 있다. 에단 호크와의 전화 인터뷰 기회가 있다는 전갈을 받고, 동년배 기자는 엉뚱하게도 그 말을 떠올렸다. 1970년생 에단 호크는 <익스플로러>(1983)로 프로 연기에 입문했다. 그 영화에서 공연했던 동갑내기 리버 피닉스는 스물세살에 멈추어 영원히 머물렀으나, 에단 호크는 우리가 지켜보는 앞에서 소년의 솜털을 벗고 청년 시절을 건너 중년의 기슭에 이르렀다.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1994)와 <비포 선라이즈>(1995)로, ‘X세대 아이콘’로 호명됐던 호크는, 그 뒤로 10여년 동안 부지런히 경험의 바다를 헤엄쳤다. 다양한 영화를 맛본 중견 배우로 성숙했고, 두권의 소설을 출판했으며 <트레이닝 데이>의 연기와 <비포 선셋>의 공동각본으로 오스카 노미네이션을 받았고 토니상 후보지명도 받았다. 동료 우마 서먼과 결혼해 남매를 얻은 다음 헤어지기도 했다. 12월20일 한국 개봉하는 <이토록 뜨거운 순간>은 에단 호크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1996년 출판한 본인의 첫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기자는 감히, 이 복잡한 눈빛을 가진- 아마도 조울증이 있을 법한- 또래 아티스트에게, 그가 살면서 뭘 얻었고 더이상 무엇을 잃고 싶지 않은지, 남아 있는 나날들을 가지고 더 도모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는 태평한 소망을 품었다. 그런데 차기작 촬영현장에 있다는 에단 호크로부터 전화 대신 메일로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친구에게 편지를 써본 지 너무 오래됐던 참이다. 게다가 상대는 글쟁이 아닌가? 문체도 엿볼 기회였다. 다음은 에단 호크와 나눈 ‘필담’, 그리고 그 행간에 괸 생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