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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바치는 소야곡 <택시 블루스>

어느 서울의 택시기사가 서울에 바치는 소야곡

어떤 취객은 끝끝내 자기 집을 찾지 못한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구겨진 즉석복권이 남겨져 있다. 어떤 눈빛이 텅 빈 사내는 무작정 정신병원으로 가자는데, 이런 사람들이 사나흘에 한명씩은 꼭 있다. 젊은 여자들은 창밖의 다른 여자들을 보며 성형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중년의 남녀는 앞뒤로 앉아 죽일 듯이 욕하고 때리고 맞다가 도망간다. 많은 일화들 중 이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승객의 자격으로 탄 그 모든 이들의 거친 체취와 천태만상의 사연이 함께 진동하는 곳이 <택시 블루스>의 택시 안이다. 그 차를 감독 최하동하가 운전하고 있다.

<택시 블루스>는 다큐멘터리 창작집단 빨간 눈사람의 일원으로 <민들레> <애국자 게임> 등 풍자적이고 직설적인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최하동하 감독이 자신의 생업전선에 카메라를 입회시켜 만든 수고스러운 영화다. 본인이 실제로 택시기사로 일할 때 촬영해두었던 부분과 이후 그때의 경험을 근거로 극화한 부분을 엮어 다큐와 픽션의 혼합된 양식으로 완성했다. 사회현상에 관한 언급과 은유가 넘쳐나면서 영화 속 택시는 요지경 세상의 축소판이 되고, 승객을 포함하여 밤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에는 아침이 오는 것을 잊은 것처럼 매일 밤 만취하는 서울에 대한 그리고 여기 붙잡혀 살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과 애증이 묻어난다.

문제가 되는 건 재현의 역학이다. <택시 블루스>의 시선은 집요하면서도 유혹적인데, 이 힘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리얼리티 쇼, 더 나아가 가짜 리얼리티 쇼라 부르는 그 유혹적 추문의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는 재현 원리를 본의 아니게 답습한다는 점에서 <택시 블루스>는 그 쟁점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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