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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당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괴상한 할머니
최하나 2007-12-12

국내에선 처음 만나는 요시모토 바나나 원작 영화,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이모저모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미친 여인’으로 베일에 가려진 채 살아가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그녀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중 <키친> <티티새>에 이어 세 번째로 영화화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최초로 개봉하는 요시모토 바나나 원작의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로 한발 앞서 한국을 찾은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세계를 더욱 즐겁게 여행하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것들.

1. 요시모토 바나나

<아르헨티나 할머니> 원작소설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 “열대지방에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이 좋아서”,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이라서” 등의 이유로 줄곧 바나나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1964년생으로 대학 졸업반 시절 골프클럽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완성한 소설 <키친>으로 1988년 가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보거나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와 같은 감동만 전달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요시모토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일상의 잔잔한 감성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역량을 발휘하며 젊은 세대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도 <키친> <도마뱀> <허니문> <N.P> 등 그녀의 소설 대부분이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간결한 대화체, 담백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묘사, 일상에서의 신비스러운 체험 등 순정만화적인 감수성은 요시모토 소설의 대표적인 특징. 때문에 지나치게 가볍다거나 상업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소설을 쓰는 동안엔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에 가고 싶다. 리얼리즘에 별 관심이 없다보니 내 소설을 두고 만화적 상상력 운운하는 것에 별 반감이 없다”라며 당당하다. 일본에서 2002년에 발표된 소설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30여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2. 요시토모 나라

2등신의 몸, 둥글넓적한 얼굴, 삐죽 올라간 눈꼬리, 귀여우면서도 밉살스런 악동 캐릭터로 잘 알려진 요시토모 나라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적 감수성을 흡수한 일본 ‘네오 팝’ 세대의 대표주자다. 1959년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1988년 독일의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로 건너가 5년간 수학하며 만화적인 그림체에 고독과 두려움, 반항의 정서를 담아내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세계 각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인 요시토모 나라는 국내에서도 2005년 8월 회화, 드로잉, 조각 등 300여점을 선보인 <내 서랍 깊은 곳에서>라는 작품전을 개최했으며, 자서전 형식의 글에 일러스트를 묶은 <작은 별 통신>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가 요시모토 바나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요시모토 소설 <하드보일드 하드 럭>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하면서다.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두 사람의 두 번째 합작. 책에 삽입된 요시토모 나라의 동화적인 일러스트는 영화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에도 사용되고 있다.

3. 열정을 노래하는 탱고 음악

<아르헨티나 할머니>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 이국적이고 자유로운 공기의 상징이자 열정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것은 강렬한 탱고 음악이다. 영화 초반 빌딩 옥상에서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홀로 탱고를 추는 장면, 또 후반부 미츠코와 아르헨티나 할머니가 서로를 보듬으며 춤을 추는 장면 등에 사용되며 일종의 테마송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젊은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일본 탱고 음악의 간판급 뮤지션인 고마쓰 료타의 <Nostalgico>라는 곡. 반도네온은 아코디언과 유사하지만 좀더 섬세하고 복잡한 연주에 사용되는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악기다. 특히 1880∼90년대 태동하고 있던 탱고 음악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고, 20세기 초반부터 반세기 동안 세계를 풍미했던 탱고 음악의 중심악기로 자리잡았다. 그 밖에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잔잔한 선율은 <쉘 위 댄스>로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스오 요시카즈 음악감독의 솜씨다.

4. 만다라

“우주는, 평면이 아니고 시간도 없어. 어떤 부분이든 모든 부분과 통하게 돼 있어. 그걸 어떻게든 나타내보려고 한 것이 만다라가 아닐까.” 아내가 죽은 뒤 갑작스레 집을 나가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 사토루는 빌딩의 옥상에 돌을 쪼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아내의 죽음을 향한 두려움과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몰두하는 것은 바로 ‘만다라’(Mandala)다. 산스크리트어로 원, 중심 등을 의미하는 만다라는 인도 불교를 통해 우주의 체계를 형상화하는 불화로 발전됐다.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 다소 신비주의적인 분위기로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만다라는 칼 구스타프 융이 미술치료에 응용한 이래 심리치료의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즉 만다라에 그린 상징, 문양, 색깔 등을 통해 무의식에 가려져 있던 심리, 불안 등 정신적 상태가 드러나고, 이를 스스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아르헨티나 할머니>에서 사토루가 만다라의 중심, 즉 자신의 우주 한가운데에 놓는 것은 바로 아르헨티나 할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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