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에는 1886년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한·불수교 120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 행사들이 많이 개최됐다. 프랑스의 한국 영화학도들이 ‘1886협회’를 조직하고 두 나라간의 문화 교류에 한몫하고자 시작했던 제1회 한불영화제도 그 같은 문화 행사의 일환이었다. 물론 올해도 한불영화제는 계속된다. 1886 협회의 운영진들은 올해 역시 어김없이 두 번째 행사를 준비하면서 1회 때 내세웠던 ‘젊은 신예 감독의 발견’이라는 기치를 그대로 지키면서도 또 다른 테마를 준비 중이다. 이름하여 ‘Entre-deux’. 이 프랑스 단어는 ‘두 가지 사이에서’라는 뜻이다. 한국인으로서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세계 속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보고자 하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제2회 한불영화제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작품으로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의 직접적인 정치·경제적 관계를 다룬 하준수 감독의 <COREEN 2495>, 두 나라 사이에서 개인적인 정체성 혼란을 다룬 <소리없는 흔적>(Nos traces silencieuses)이 있다. 후자는 한국인 프랑스 입양아 소피 브르디에와 미리암 아지자가 공동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 밖에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홋카이도의 재일동포 학교를 다룬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 재일 한국인 이주자 1세대 아버지와의 불협화음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 프랑스에서 만난 분단 1세대와 2세대간의 충돌과 화해를 보여주는 최현정 감독의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Korean Don Quixote, Lee hise>, 세계 속의 한국과 한국 속의 한국을 대중 교통수단을 통해 접근해가는 최하동하 감독의 <택시 블루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제2회 한불영화제는 12월12일부터 18일까지 파리 오데옹 근처 영화관 Action Christine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영화제 중반에는 주요 테마 관련 컨퍼런스와 프랑스, 한국 관객과 감독들과의 대화시간도 준비되어있다. 두 나라, 두 문화, 두 인간 사이를 이해하기 위한 1886협회의 고민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