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주소:
<씨네21> 블로그 섹션에서 홍콩영화에 관한 한 최고의 블로그다. 주인장인 김영진씨는 이미 올해 초 <씨네21>의 ‘홍콩영화는 죽지 않았다’는 제하의 특집(597호)에 ‘홍콩영화 열혈 마니아’라는 이름으로 ‘영원한 열혈남아의 도시’라는 장문의 글을 쓴 필자이기도 하다. “내 공간을 버려두기 싫어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내가 읽고 싶어하는 홍콩영화 관련 글들, 그리고 궁금한 중화권 소식을 그 어떤 매체에서도 다뤄주지 않는다. 이제 홍콩영화는 그저 과거형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신작에 관한 자세한 분석글은 고사하고, 대부분 소설 수준의 가십성 기사는 오기투성이일 만큼 현재의 홍콩영화에 대해 무관심하다보니 홍콩영화 관련 포스팅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는 어떤 의무감이 생겨버렸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영진씨가 블로그에 매진하게 된 것은 2002년 두기봉 감독의 <미션>(1999)을 접하고서다. 당시 불현듯 개설한 인터넷 카페가 여기 <씨네21> 블로그로 이어지고 있는 셈. 그러니까 그의 블로그는 두기봉과 <미션> 배우이기도 한 오진우에 관한 팬사이트라고 말해도 거의 틀리지 않을 정도로 그들에 관한 막대한 정보와 감상으로 가득 차 있다. 최근에는 <너는 찍고, 나는 쏘고> <이사벨라>의 팽호상 감독은 물론이고 직접 홍콩으로 가 카메라에 담은 장학우 콘서트 모습까지 볼 수 있다. 특히 “두기봉과 함께 현재 홍콩영화를 지켜본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희열을 안겨준” 팽호상 감독에 대한 애정이 커서 “앞으로 누군가가 팽호상의 작품에 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리뷰를 쓴다면 반드시 시쳇말로 맞장 뜨고 말겠다. 그 어떤 주제든 의견이 다른 것은 수용할 수 있으나 작품에 관한 몰이해는 참을 수 없는 법”이라고 말할 정도다. 아마도 홍콩영화 침체 이후 이른바 언론에서조차 홍콩영화에 대한 비상식적인 리뷰와 정보로 가득 찬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이다.
블로그 제목을 ‘Chandler & HK Film’으로 정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들과 그의 체취가 느껴지는 영화들, 그리고 챈들러와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두기봉 감독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홍콩영화에 대한 감상을 풀어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만 허락한다면 홍콩영화 외에 <시에라 마드레의 황금>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등 그동안 묵혀두기만 한 영화들을 꺼내 글로 풀고, 미드 <CSI 라스베이거스>와 <24>를 시즌별로 분석하고, 챈들러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 실제로 미드 <24>와 <부활> 같은 드라마에 관한 분석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무엇보다 그의 글의 특징은 ‘장문’이라는 점인데 “짧은 글은 왠지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어서”라고. 어쨌건 앞으로도 그가 길게 쓰면 쓸수록 팬들로서는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포스트
너무도 뜨거웠던 <한성별곡-正> <부활> 리뷰
주력분야가 홍콩영화임에도 드라마 관련 글의 조회 수가 가장 높지 않았을까 싶다. <한성별곡-正> 최종회 감상평의 조회 수와 댓글은 아마 내 평생 다시 구경할 수 없는 수치를 기록하지 않았나 싶다. <한성별곡-正>의 시청률은 두고두고 아쉽지만 여러 방면으로 박학다식한 많은 분들의 댓글을 통해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부활>을 계기로 드라마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초반 4회분을 제외하고 밤을 새는 일이 있더라도 매회 감상평을 써서 올렸을 만큼 드라마 감상평을 쓴다는 것에 대한 희열감이 그토록 대단했던 적은 아마 없었지 싶다. 특히 <부활> 관련 글에 실제 박찬홍 감독님의 댓글이 올라왔을 땐 굉장히 놀랐는데, 이렇게 <부활>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터라 <마왕>이란 작품에 거는 기대도 정말 컸었다. 하지만 박찬홍 감독님과 김지우 작가님에게 죄송하게도 내 평생 드라마를 보면서 그토록 엄청난 ‘살의’를 느껴본 건 처음이라, 정말 드라마를 보고 감상평 쓰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었다. 좋게 본 작품들에 관한 글쓸 시간도 없기에 기대에 못 미친 작품에 대한 글은 거의 쓰질 않는 편인데 <마왕> 리뷰를 끝까지 쓴 걸 보면 아무래도 작가님과 연출가님에 대한 신뢰(‘두분께서 다 알아서 잘 마무리해주시겠지’)와 원망(‘아냐, 두분이 이러실 리가 없어! 이러시면 안 되는 거야!’)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방황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글을 꼽는다면, 두기봉 영화들에 대한 리뷰도 마음에 들지만 팽호상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이제 왕가위로부터 시선을 돌려야 할 때’라는 글을 완성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