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아메리칸 파이>라고 해야 할까.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의 세계를 그린 <스쿨 아웃>은 음담패설과 화장실 유머로 무장한 하이틴 섹스코미디다. 1999년 미국과 2005년 포르투갈 사이의 간극만큼 성을 다루는 태도가 한결 대담해지긴 했지만.
포르투갈 리스본의 한 고등학교.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들은 졸업 여행지를 정하느라 분주하다. 값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부잣집 아이들은 프랑스 파리를 추천하지만, 클럽 입장료 10유로가 아쉬워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아이들은 스페인의 휴양도시 베니돔에 가자고 맞선다. 이전까지 친구가 거의 없던 전학생 하이메(호르디 빌체스)는 경쟁하는 두 무리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한다. 짝사랑하던 여학생 마르타는 파리행을 원하지만 베니돔파 친구들이 어쩐지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 게다가 베니돔파의 노아(요하나 코보)가 은근히 관심을 표하면서 하이메의 마음은 더욱 흔들리기 시작한다.
첫 경험을 치르고자 분투하는 <아메리칸 파이>의 주인공과 달리 하이메는 섹스에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훨씬 개방적인 이 영화 속 인물들은 반 친구들 앞에서도 별 거부감없이 키스하거나 서로를 더듬는다. 오히려 무게가 실린 쪽은 마르타와 노아를 저울질하는 하이메의 발자취다. 파리와 베니돔으로 대변되는 이들 중 그가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사실 자명해 보이지만 양쪽을 오가는 그의 행보는 때때로 웃음을 자아낸다. 근엄한 척하던 학교 교사와 아버지까지 농담의 소재로 전락시키는 이 영화는, 어지럽기까지 한 카메라워크에 조응하려는 듯 한순간도 장난스러운 어조를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