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에 세대는 없다, 학생도 선생도 본능에 충실하라!
하이메는 아버지 일 때문에 마드리드에서 리스본으로 전학 온 고3학생이다. 혈기 왕성한 사춘기 청년 하이메는 장례업에 종사하는 부모님,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옆집에 사는 섹시한 누나는 마치 가족처럼 지낸다. 하이메는 누나의 화장실을 사용하며 욕망을 발산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하이메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이다. 고향인 스페인과 전학 온 포르투갈이 인접해 있긴 하지만 언어가 다르고 친구도 사귀지 못해서 어리숙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같은 반의 여학생을 짝사랑하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다.졸업을 앞둔 하이메와 같은 반 친구들은 졸업여행에 들떠있다. 후보지는 프랑스에서 유학 온 이자벨이 추천한 ‘파리’와 사고뭉치 곤잘로 일행이 추천한 스페인 지중해 연안 휴양도시 ‘베니돔’. 반 학생들은 두 파로 나뉘어서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22명의 학생 중 어느 파에도 속하지 않은 하이메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투명인간 같은 존재였던 그는 한순간에 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곤잘로와 먼저 친해진 하이메는 베니돔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짝사랑하는 여학생 마르타의 유혹에 빠져 파리를 찍는다. 마르타는 남자친구가 이자벨과 붙어다니자 화낌에(?) 하이메에게 키스를 하고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곤잘로 일행에 속한 여학생 노아는 그런 하이메가 걱정스럽다. 결국 졸업여행지를 결정하는 투표는 동점이 되고, 담임선생님은 여행 기금을 많이 모으는 쪽에 선택을 주기로 한다. 관능적인 여학생들의 적극적인 기금 모음 활동과 정자은행에 정자를 파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학생들의 눈물겨운 경쟁 속에서, 하이메는 박쥐처럼 양 쪽을 왔다갔다 하며 마르타와의 관계, 곤잘로 일행과의 친분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결정의 순간을 앞둔 파티에서 학생들과 함께 선생님들도 광란의 시간을 보내지만 폭력으로 얼룩지면서 졸업여행은 물건너 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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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파이>보다 더 섹시하고 더 노골적인 10대들의 성장보고서more
고등학교 3학년. 전학은 곳 왕따를 의미한다. 게다가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리스본(포르투갈)으로 국경을 넘어 온 소심한 전학생 ‘하이메’에게는 마지막 학창시설을 악몽 속에서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 괴롭히는 것만 다 왕따는 아니다. 하이메의 별명은 ‘투명인간’. 같은 반 친구들에게 그의 존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화 <스쿨 아웃>의 주인공 하이메는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성인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삶의 터전을 옮기지만, 나름대로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 충실하다. 영화 시작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운 비키니 글래머 소녀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은 매일 아침 그의 욕정을 자극한다. 망상에 빠진 채 옆집 누나 화장실에서 실례를 하기도. 사실 비키니 소녀들은 현실에 있었다. 그가 남몰래 짝사랑하는 같은 반 여학생은 학교의 퀸카. 과연 소심한 하이메에게 기회가 있을까?
마드리드 출신 미구엘 마티 감독의 이베리아 반도 청춘 스토리
유럽 대륙의 동쪽 끝에는 이베리아 반도가 자리잡고 있다. 지중해의 나라 스페인과 동쪽으로 대서양과 인접한 포르투갈, 두 나라는 일찍부터 신대륙을 탐험하며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했지만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사람들의 열정적인 문화는 오히려 이베리아 반도를 뜨겁게 달궈 놓았다. 스페인 영화라고 하면 정열적인 색깔과 에너지 넘치는 배우들이 인상적이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미구엘 마티’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장편영화에서 마드리드를 벗어나 이베리아 반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영화의 최종 목적지이며 주인공의 상상 속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베니돔’이라는 곳은 스페인 남단에 위치한 유명한 휴양지이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이베리아 반도 곳곳에서 육감적인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짝짓기 본능에 세대는 없다
영화 <스쿨 아웃>에는 세가지 층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들. 이들 모두 정열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캐릭터들이다. 하이메는 짝사랑하는 여학생의 적극적인 구애를 화장실에서 받는다. 학생들이 파티에 몰입해 있을 때 이를 감독하러 온 선생님들은 짝을 지어 아래층으로 내려가 억제해온 성욕을 마음껏 발산한다. 장례업을 운영하는 하이메의 아버지는 밤마다 옆집 누나와 관 속에서 열정적인 정사를 나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섹스는 진지하지만 상황은 항상 코믹하게 연출된다. 정자은행에 정자를 팔기 위해 네명의 남학생이 한 집에 모여서 자위하는 황당 시츄에이션은 화장실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준다.
재치있는 애니메이션 기법 활용, 영화의 재미를 일배하다
발랄한 학생들이 주인공인 만큼 영화는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매우 젊다. 여러 인물들이 스피드하게 전개되는 영화 특성 상 장면 전환과 화면 분할 등 다양한 기법에 애니메이션 기법이 활용된다. 특히 프랑스 유학생 이자벨이 졸업여행 장소로 ‘파리’를 추천하는 장면에서 파리의 온갖 문화유적이 애니메이션화 된 꼴라쥬 기법으로 화면을 정신없이 채우는 장면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인다. 고도의 3D 기술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애니메이션 장치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만 간간이 삽입되어 영화적 재미를 더해준다.
성장은 진지하게, 상황은 코믹하게
영화는 고등학교 3학년 22명의 학생들이 졸업여행을 어디로 갈 것이냐에 대한 선택의 과정을 보여준다. 두 파로 나뉘어 대결하는 학생들은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몸이라도 팔 각오가 되어 있는 이들에게 졸업여행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졸업 여행 장소를 결정하는 최종 대결 방법은 자동차 경주이다.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1955)>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목숨을 건 처절한 대결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반항아들의 문화를 진지하면서 코믹하게 보여준다. 이는 영화의 성격을 대표하는 설정이다. 성장기에 놓여있는 인물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상황은 코믹하다. 매 장면 전개되는 야릇한 상황은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진지함과 코믹함이 섞여서 재미는 두 배가 된다.
졸업 여행, 그 마지막 탈출구
대한민국 고등학교에서 졸업여행은 사치다? 고등학교 3학년에겐 수험생이라는 말이 있을 뿐, 졸업여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피날레다. 고1, 고 2에 수학여행을 열심히 다녀오지 않으면 모범적인 우리 학생들의 고등학교 추억이란 학교, 도서관, 집으로 맴도는 좁디 좁은 세상이 전부이다. 마지막 탈출구를 찾지 못한 고등학생들은 대학교 입학식도 치르기 전에 맞닥뜨리는 수일간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1박2일의 달콤한 MT로 위로를 받는다. 물론 대학교를 무사히 진학한 일부에게 부여되는 특권이다. 드디어 해방구를 찾은 그들. 역시 서양인들보다 한발 늦다.
1999년 <아메리칸 파이>는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 장르를 개척했다. 첫경험의 순간을 솔직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한편 섹시하게 요리한 <아메리칸 파이>는 이후 2001년 <아메리칸 파이2>와 2003년 <아메리칸 웨딩>으로 이어지는 삼부작을 완결했고 이후에도 저예산 비디오 영화가 이어지면서 그 인기를 끊임없이 확인시켜주고 있다. 솔직히 1편은 우리에게 낯선 문화적 충격을 제공한다.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대학갈 걱정은 안하고 총각딱지 떼는 것만이 생애 최대의 목표인 세상. 그래서 대학생이 되어 마음 놓고 사고를 치기 시작한 <아메리칸 파이2>는 보다 공감하기 쉬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역시 2편에 이르러서야 한발 늦은 우리와 비교가 된다.
유럽 대륙 가장 서쪽에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사이 좋게 붙어 있다. 스페인의 젊은 감독 ‘미구엘 구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오가며 고등학교 졸업반 친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페인어로 ‘졸업여행’이 원래 제목인 <스쿨아웃>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사는 주인공이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학교에서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는 주인공은 졸업여행 장소 선정을 앞두고 두 파로 갈라진 반 친구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제 혼자 방에서 손장난 하던 시절을 정리하고 평소 꿈속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하던 퀸카의 부름을 받고 생애 최고의 시간을 즐긴다. 문화의 보고 프랑스 파리와 비키니 천국 스페인 휴양도시 베니돔을 두고 대결을 벌이는 같은 반 친구들의 경쟁은 극에 달한다. <아메리칸 파이>보다 과감한 노출과 더티한 행위로 범벅이 된 고등학교 3학년의 모습은 정열의 땅 이베리아 반도에서나 가능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국내영화 쪽에는 고3과는 무관하지만 ‘한국형 아메리칸 파이’를 내세웠던 <몽정기(2002)> 정도가 화장실 코미디에 도전장을 냈지만, 양호선생님 성교육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수능도 끝나고 청소년기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을 우리 고3 학생들에게 <아메리칸 파이> 보다 한층 더 수위가 높은 <스쿨아웃>이 12월 개봉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3이 볼 수 없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어서 이 또한 아이러니고 비극이다. 졸업여행의 낭만과 추억은 역시 졸업 후에 즐길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이다. 이미 졸업한 이들이여. 그대들만이라도 올 겨울에는 <스쿨아웃>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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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후안 카를로스 루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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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모레나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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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
미디어 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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