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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 피아프의 생애 <라비앙 로즈>
장미 2007-11-21

배우의 열연으로 빛나는, 영화보다 더 파란만장한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

<라비앙 로즈>는 소재부터가 극적이다.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누렸지만 불운이 끊이지 않았던 음악가. 프랑스 최고의 가수라고 손꼽히는 에디트 피아프를 그린 이 전기영화의 매력은 기실 그녀의 굴곡 많은 인생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솔의 제왕 레이 찰스의 삶을 영화화한 <레이>,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을 담은 <샤인> 등 명망있는 실존 음악가를 내세운 비슷한 유의 음악영화가 그렇듯 가장 무거운 짐을 껴안은 쪽도 감독 올리비에 다한이 아닌 극중 에디트 피아프 역을 맡은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다. 그러나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에서 <사랑의 찬가>(l’Hymne l’Amour), <파담 파담>(Padam Padam),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에 이르기까지 128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운 주옥같은 명곡들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양 코티아르는 피아프가 겪었던 역경의 궤적을 영민하게 뒤쫓는다. 피아프의 말년을 연기하면서는 본디 아름다웠을 얼굴에 굵고 고통스러운 주름마저 일일이 새겨넣으면서.

영문 제목으로 피아프의 대표곡 중 하나인 <라비앙 로즈>를 내세웠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La Mome’다. 피아프가 가수로 막 데뷔했을 때의 가명이자 파리 방언으로 ‘작은 참새’라는 뜻의 ‘라 모메 피아프’(La Mome Piaf)에서 인용한 말이다. 사랑만큼 회한의 순간도 잦았던 피아프의 생애에서 이 영화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 역시 데뷔하기 전까지와, 명령과 지배에 익숙했던 그녀가 한 남자를 몸과 마음을 다해 섬기는 모습이다. 피아프는 이별의 운명 아래 태어난 아이였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어머니는 생계의 무게에 아이를 방기하다가 마침내 외할머니의 손에 떠넘긴 채 사라진다. 창녀촌에서 일하던 할머니에게 맡겨지면서 잠시 안정을 찾지만 거리 곡예사였던 아버지가 직업을 되찾으면서 함께 세상을 떠돈다. 카바레 지배인 루이 르플레(제라르 드파르디외)의 눈에 띄면서 성공의 길을 걷는가 싶더니 그가 살해당하면서 추문에 휩싸이고, 어렵사리 재기에 성공해 승승장구하지만 가장 소중했던 사랑 막셀 세르당(장 피에르 마틴)과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진다. 알코올과 모르핀 중독에 찌든 피아프의 일생을 감동적으로 승화하려는 의도인지 다한 감독은 <후회하지 않아>를 마지막에 배치해 좀더 강렬한 위로의 메시지를 빚어낸다. 2월14일 프랑스에서 개봉해 5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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