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다시 웨스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 케빈 코스트너 감독의 <늑대와 춤을>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등 이후 간간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서부극과 변종 서부극 장르가 최근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종영된 <HBO>의 오리지널 시리즈 <데드우드>의 영향을 받아 증가한 서부극에 대한 관심은 할리우드 영화제작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장르의 특성을 살린 작품성있는 영화들이 속속 개봉돼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1957년 동명작을 리메이크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3:10 투 유마>를 선두로, 앤드루 도미닉 감독의 <제시 제임스의 암살>,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데어 윌 비 블러드> 등의 정통 서부극으로 연이어 극장가를 찾고 있는 가운데 서부극 변종으로 볼 수 있는 코언 형제 감독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숀 펜 감독의 <인투 더 와일드> 등도 새로운 서부극 열풍에 가세했다. 70년대와 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새로운 웨스턴들은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A. O. 스콧이 “웨스턴 누아르, 웨스턴 로드 픽처”라고 칭할 만큼 장르상의 특성을 잘 살렸고, 캐릭터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광활한 자연을 절묘하게 융화시켜 카메라에 함께 담아내 평론가들은 물론 필름 마니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최근 개봉한 서부극들은 아트하우스 팬들에게 인정받거나 대중에게 인기있는 이름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해서 더욱 관심을 모은 것도 사실이다. <3:10 투 유마>의 경우 크리스천 베일과 러셀 크로가 적대 관계이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제시 제임스의 암살>에서는 브래드 피트가 제시 제임스 역을 맡고, 리들리 스콧이 제작을 맡았다. 12월 개봉예정인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한동안 작품활동이 뜸했던 폴 토머스 앤더슨이 예상치 못했던 서부극으로 다시 영화팬들을 찾은 것은 물론,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주연으로 출연해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특집기사로 다뤄지는 등 벌써부터 미디어의 큰 관심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서부극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처럼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욕과 LA 등 대도시 아트하우스극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입소문을 통해 관객을 끌었으며, 일부 작품은 이미 아카데미상 후보설도 나오고 있다.
한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 소설가 코맥 매카시의 또 다른 웨스턴 <피의 자오선>(Blood Meridian) 역시 오랜 영화화 불능 딱지를 떼고 영화화될 예정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차기작으로 낙점한 상태다. 서부극에 대한 할리우드의 로맨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