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사명감과 고객의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직업적 사명감을 동시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 두개의 사명감은 종종 충돌해 변호사들은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의뢰인의 죄를 인정하고 법의 관용에 호소할 것인가, 죄를 모른 체하고 법의 허점을 파고들 것인가. <세븐데이즈>의 주인공 지연(김윤진)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녀는 의뢰인의 편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100%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 중인 변호사다. 그러던 지연에게 최악의 사건이 벌어진다. 홀로 키우던 딸이 납치된 것. 유괴범은 공판이 7일밖에 남지 않은 살인용의자를 석방시키지 않으면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이제 그녀는 직업적 사명감이나 명예가 아니라 딸의 생명을 위해 무죄판결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나 <세븐데이즈>는 법정영화보다는 액션스릴러 장르에 가깝다. 살인혐의가 명명백백해 보이는 용의자의 살인혐의를 벗기기 위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지연은 꽤 높은 물리적인 장애물에 부딪히게 된다. 유괴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을 따돌려야 하고, 용의자 주변의 음침한 공기 속을 헤짚어야 하는 그녀는 오랜 친구인 ‘불량 형사’ 성열(박희순)을 끌어들이지만 사건의 배후에 엄청난 실체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사건의 실체라는 장벽 못지않게 지연이 넘어야 할 대상은 바로 살해된 여대생의 어머니 숙희(김미숙)다. 지연은 자신의 모성을 실현하기 위해 또 다른 모성에 상처를 입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듯 <세븐데이즈>가 심어놓은 상황과 대립구도는 흥미로울 뿐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지연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돌발상황이라는 물리적 장벽과 두개의 모정을 저울질해야 하는 윤리적 장벽을 동시에 돌파해야 한다. 엄청난 스피드로 편집된 오프닝 타이틀부터 이 영화가 일관되게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 원신연 감독의 “너무 빠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2시간 안에 이 복잡한 이야기를 푸는 게 어려웠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븐데이즈’ 중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오히려 느리게 느껴진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동시에 하려다가 축적해놓은 긴장감마저 소진한 건 아닐까. <세븐데이즈>는 한국적 정서와 부합되지 않던 스릴러 장르를 충무로에 착종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성공을 거뒀지만, 악일 수 있는 존재를 옹호해야 한다거나 모성간의 충돌 같은 대립구도가 희미해지는 탓에 지연의 절망적인 마음속으로 객석을 몰아넣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