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노모 밑에서 하녀처럼 생활하던 아든(토니 콜레트)은 어느 날 참혹하게 살해된 채 버려진 여자를 발견하고 난생처음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불현듯 나타난 시체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드걸>은 하나의 죽음이 다섯 여인의 삶에 가져온 파장을 탐색하는 옴니버스 구조의 영화다. 무력했던 일상에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는 아든, 15년간 지속된 언니의 실종에 마침표를 찍고자 하는 레아(로즈 번), 남편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루스(메리 베스 허트), 죽은 딸이 감췄던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하는 멜로라(마샤 게이 하든).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죽음의 둘레를 맴돌던 영화는 마지막으로 시곗 바늘을 돌려 “데드걸” 크리스타(브리트니 머피)의 죽음 속으로 들어간다. 데뷔작 <블루 카>(2002)로 호평받은 바 있는 카렌 몬크리프 감독은 하나의 살인을 구심점으로 삶의 모자이크를 그리는 동시에 폭력과 빈곤 등 실상 죽은 바와 다름없이 살아가던 여인들의 내면과 그 흔들림을 담담하게 좇아갔다. 지독한 마약중독자로 등장해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브리트니 머피도 신선하지만, 억눌린 분노와 슬픔을 폭발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펼쳐놓는 메리 베스 허트와 마샤 게이 하든의 호연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