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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 상탈 애커먼과 바바라 해머를 만나자
최하나 2007-11-07

11월9일부터

영상으로 상상의 경계를 지워라.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네마프2007)이 11월9일(금)부터 17일(토)까지 연세대학교 inD 상영관과 홍익대 앞 미디어극장 아이공을 중심으로 9일간의 축제를 연다. 독립·실험영화와 대중의 접점을 찾고자 기획되었던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 2004년 현재의 이름으로 거듭난 뒤 맞이하는 4번째 행사다. 과거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 수면 아래 존재하던 다양한 실험적 작품들을 드러내는 소개와 만남의 장이었다면,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은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미디어의 형식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독자적 영상 문법을 갖춘 영상 작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자리다. ‘오, 사랑스런 나의 장르’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지는 올해 페스티벌은 디지털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영상 퍼포먼스, 비디오 포엠 등 다양한 대안적 미디어를 통해 기존의 일률적인 장르를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연인, 타인>

올해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은 무엇보다 ‘해외초청전’에 강한 무게를 실었다. 그중에서도 “거장의 장르전-샹탈과 해머 뚜엣전”은 두명의 걸출한 여성작가, 샹탈 애커만과 바버라 해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총 5편의 작품이 포진된 샹탈 애커만 초청전은 초기 실험영화 시절부터 현재 제작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아래 소수자의 시선을 새로운 형식에 담아온 작가의 발자취를 음미해볼 수 있는 자리다. 세명의 백인 남자가 한 흑인을 이유없이 죽음에 이르게 한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남부를 되돌아보는 <남쪽>, 멕시코 국경 주변에서 살아가는 빈곤층의 삶을 담담한 고백으로 풀어낸 <국경 저편에서>, 사회주의 몰락 이후 독일에서 모스크바까지 동구권 사회를 세밀하게 관찰한 <동쪽>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레즈비언 아티스트로 꼽히는 바버라 해머는 지난 40여년간 감독 겸 액티비스트로 레즈비언 인권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작가다. 3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초청전에는 2차대전의 포화 속에 잊혀졌던 여성 예술가들을 복원하는 다큐멘터리 <연인, 타인>, 아파르트헤이트의 그림자가 잔존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살아가는 레즈비언들의 삶과 욕망을 조명한 <아웃 인 남아프리카>, 나치 점령하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저항하는 파라다이스>가 준비됐다.

영화제의 간판 섹션이자 유일한 경쟁부문인 ‘본선 구애전’은 ‘어수선 유치뽕 에세이’, ‘눈물의 재난영화’, ‘딴죽비디오’, ‘비인간 고어 러브스토리 애니메이션’ 등 독특한 장르 감별법이 돋보이는 6개의 하위 섹션으로 구성됐다. 예선을 통과한 32편의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거울 속으로>의 김성호 감독이 연출한 <문 패트롤>과 한국독립애니메이션의 대표 작가 전승일 감독의 <팬옵티콘 코리아>. 80년대 초에 잠깐 등장했던 PXL2000이라는 어린이용 캠코더로 촬영한 <문 패트롤>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영상 실험으로 독특한 쾌감을 안겨준다면, <팬옵티콘 코리아>는 한반도 분단부터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숨가쁜 몽타주 형식으로 돌아본다. 그 밖에도 여자가 흘린 눈물이 거대한 홍수로 도시를 집어삼킨다는 기발한 발상의 모션그래픽 <사적인 바다>(김혜미), 내러티브 없이 캐릭터와 이미지의 전환으로 깜찍한 재미를 선사하는 애니메이션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하는 소리>(정주아)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

홍익대 앞 카페와 대안공간을 무대로 진행되는 ‘홍대앞 예술카페 네트워크’는 상영관 밖을 잠시 벗어나,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독특한 문화 체험을 맛볼 수 있는 자리다. 세계 화폐 속 여성들의 삶을 재해석하는 회화 및 사진전 <화폐속 나의 불행>, 캠코더와 수동 카메라를 이용해 동영상과 사진을 콜라주한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카피테르 copyterr 展> 등의 전시를 비롯해 일상 소품을 참가자가 직접 만들어보는 참여 프로그램 등 즐거운 고민을 안겨줄 다채로운 선택지들이 준비되어 있다. 찬바람이 온몸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11월, 경계없이 날아오르는 상상력의 열기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상영작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행사장 위치 등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nemaf.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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