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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 습격] 신현준, 강혜정 주연 <킬 미> 일산 촬영장
강병진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11-08

사랑에 서툰 킬러의 엉뚱한 사랑

10월22일, 일산 정발산동의 한 주택가에 마련된 <킬 미>의 6회차 현장.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스탭들과 장난을 치며 식당으로 달려가는 신현준의 모습이었다. 그가 있는 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더니, 첫 촬영을 알렸던 여러 기사들이 알린 것처럼 “신현준의 유머러스함과 넉살 좋은 배려”는 이곳에서도 스탭들을 즐겁게 해주는 듯했다.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 현장에서는 시종일관 기봉이 흉내를 냈다는 신현준이 아니던가.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의 장난기는 계속됐다. 강혜정의 머리를 다듬는 스타일리스트의 머리를 다듬는가 하면, “아저씨가 뭔데 그래요?”라는 대사를 연습하는 강혜정에게 “붐이에요!”를 외치고, 급기야는 붐마이크를 들고서 다시 “붐이에요!”를 외치고 쓰러져 웃는다.

영화 <킬 미>는 한때는 사살률 100%를 자랑했으나 이제는 은퇴를 앞둔 킬러 현준과 실연의 상처로 그에게 죽음을 의뢰한 여자 진영의 만남을 그리는 이야기다. 어찌보면 느끼한 발라드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지만, 속살은 그처럼 쉽게 씹히지 않는다. 젊은 시절을 사람 죽이는 일로 보낸 현준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적응하지 못하고 본의 아닌 행동과 말들을 내뱉는다. 현준 덕분에 절망에서 빠져나온 진영 또한 예기치 않은 상황 때문에 그 앞에서 자꾸만 엉뚱한 행동들을 일삼는다. 혹시나 신현준에게는 <킬러들의 수다>의 상연을 비롯해 그동안 보여준 코믹연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에 대해 신현준은 “상연이 2% 부족한 킬러였다면, 현준은 완벽한 킬러지만 사랑에 서툰 남자라는 게 다른 점”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는 특히 <킬 미>가 올해로 마흔이 된 자신의 나이를 자각하게 만든 작품인 듯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당혹스러움이다. 사랑이 서툴지 않은 인간도 세월이 지나면 서툴러지지 않나. 내가 이제는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게 한편으로는 재밌게 느껴진다. (웃음)”

마침 이날은 가슴과 손이 따로 노는 현준의 안타까운 모습이 드러나는 모습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현준의 제의로 어색한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진영은 집 앞 골목에서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현준은 그녀를 돌려세워 왜 세상을 막사냐며 다그치고, 진영은 당신이 알 바가 아니라는 투로 대꾸한다. 두 사람의 날선 대화가 고조에 이르면 감정을 주체 못한 현준은 품속에 지닌 장미꽃다발을 꺼내 진영의 머리를 내리친다. “지금까지 관객이 알고 있는 신현준과는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는 양종현 감독은 틈틈이 신현준에게 “흥분을 조금만 가라앉혀줄 것”과 “진영의 화를 돋우는 게 아니라, 조금 비꼬는 투로 연기해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신현준에게 가장 신경쓰이는 건 카메라에 비칠 자신의 모습보다도 꽃다발로 머리를 맞아야 하는 강혜정인 듯 보였다. 양종현 감독이 신현준의 매니저를 데리고 직접 선보인 연기는 구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꽃다발로 때린 소리가 마치 각목으로 때린 듯한 소리를 내고 컷 사인이 들리자, 등을 돌려 길을 가던 신현준이 재빨리 달려와 강혜정을 달랜다. “우리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캐스팅되기를 기도했을 정도로 소중한 배우다. 몇분은 술먹고 기도하셨지만…. (웃음)” 신현준의 담백한 웃음 혹은 그의 진지한 코믹연기가 드러날 <킬 미>는 남은 44회차의 촬영을 올해 말까지 끝내고 내년 봄에 개봉될 예정이다.

요즘 어때요?

“노조협약을 적용하다보니 아무래도 예전처럼 24시간을 하염없이 찍을 수가 없다. 스케줄 관리를 하는 게 가장 힘들다. 현재는 하루 노동시간을 정해놓지는 않았다. 보통 12시간까지는 회사 임의대로 찍을 수가 있고, 그것을 넘어가면 상의를 한다. 그 12시간도 야간시간이 포함되면 심야수당 50%를 더한다. 협약적용 때문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준비를 많이 했더니, 특별히 힘든 건 없다. 아직까지는 진행이 순조로워서 제작비가 초과되는 상황은 없을 것 같다.” -민진기 프로듀서

양종현 감독 인터뷰

“헤어짐과 만남의 이야기를 자극적인 소재로 풀고 싶었다”

-<킬 미>의 이야기는 어디서 힌트를 얻은 건가. =백수로 지내던 시절, 말레이시아에 친구가 살고 있어서 놀러간 적이 있었다. 콸라룸푸르에서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쌍둥이빌딩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서 누가 나를 겨누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킬 미>는 특별한 메시지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그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였다.

-외로운 킬러가 서툰 사랑을 한다는 점에서 <레옹>이 생각나기도 했다. =어쨌든 모든 영화는 사람 이야기고, 헤어짐과 만남의 이야기다. 나는 그것을 허진호 감독처럼 담백하게 풀기에는 능력이 부족해서 자극적인 소재가 필요했다. 아무래도 살인청부업자라는 소재가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예전에 단편을 만들 때도 살인청부업자를 주인공으로 한 적이 있다. 돈을 받고 자신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을 죽인다는 건 자주 쓸 수밖에 없는 매력있는 소재 같다.

-신현준의 극중 이름이 현준이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를 염두에 둔 건가. =원래는 태준이었다. 하지만 신현준의 이전 작품인 <귀휴>에서의 이름이 태주라서 바꿨다. 한편으로는 다른 영화를 따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신현준이란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아예 극중 이름을 현준으로 설정했다.

-신현준과 강혜정을 주연배우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 사람 모두 나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배우다. 신현준은 주연 경력이 거의 한국 최고이지 않나. 그만큼 연기폭이 넓고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또 강혜정은 연기를 워낙 잘하기 때문에 어떤 설정만 주면 그 안에서 모든 걸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신현준은 이전에 코믹연기를 주로 했다. 혹시 그 점이 부담되지는 않나. =그게 재밌는 점이기도 하다. 내가 좀 다르게 하라고 하면 피곤해하긴 하지만…. (웃음)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을 너무 막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다. 이전에 보여준 코믹연기와 진지한 모습을 반반씩 섞어서 자연스러운 톤으로 이끌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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