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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난] 두려움없는 대륙의 여자
2007-11-01

<투야의 결혼>의 위난

화어권 영화의 새로운 아마조네스가 등장했다. 왕취안안 감독의 <투야의 결혼>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이자 위난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그녀가 연기하는 투야는 불구가 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사는, 그러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급기야 남편과 이혼한 뒤 그런 전남편과 아이들을 떠안을 새 남편을 찾는 여자다. 이전작들에서 주로 도회의 삶을 연기했던 그녀였기에 <투야의 결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연기의 변화’, 그 이상이다. <투야의 결혼>으로 나 역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그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게 그녀의 얘기다.

내몽골 지역의 척박한 시골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투야의 삶에 대한 강한 열망은 언뜻 <귀주이야기>(1992)의 공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매서운 흙바람을 그대로 얼굴에 가둔 채 살아가는 두 여인의 모습은 강인한 대륙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더불어 위난은 공리나 장쯔이가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국제적 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 왕취안안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월식>(1999) 이후 프랑스영화 <분노>(2002)에 캐스팅돼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고, 얼마 전에는 비와 함께 할리우드영화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위난을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일은 점점 더 늘어날 것 같다. “지금 나에게는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고 있다. 지역은 중요하지 않다. 더 많은 영화인들과 교류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위난은 매우 강렬한 눈빛을 지니고 있다. 왕취안안 감독이 베이징전영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그녀의 모습에서 오직 눈빛만 보고 캐스팅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고민하면서 교정을 거닐다가 수업받고 있는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거짓말 같은 두 사람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거의 수공업적으로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완성될 수 있었던 <월식>은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서로 닮은 두 여인을 1인2역으로 연기한 위난은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의 베이징 버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프랑스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아 <분노>에 캐스팅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후 왕취안안 감독과 다시 만나 <경칩>(2004)을 만들었고 중국 금계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위난이 걸어온 길은 공리와 무척 비슷하다. 강인한 여성상의 재현임은 물론, 공리와 장이모가 그랬듯 특정한 한 감독과의 오랜 파트너십이라는 측면에서도 닮았다. 위난은 공리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대륙적’인 여성의 카리스마를 풍긴다. <투야의 결혼>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바로 그 압도적인 영화 속 풍광에 전혀 눌리지 않는 투야의 인상 때문이다. 현재로서 딱히 해외 진출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여전히 계속 좋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고 그 생각만 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술을 하지 않고서’ <게이샤의 추억>과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공리는 여전히 존경하는 선배다. 그래서 ‘무협대작에 캐스팅되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최근 많은 중국 무협 대작들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이 중국권 영화에 대한 단조로운 고정관념을 줄 수도 있다. 나 역시 언젠가 그런 제의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머리 안 쓰는 무협영화’는 싫다”며 웃었다.

그럼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은 누굴까? 위난은 전혀 망설임없이 리안이라고 답했다. 중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그만한 모범답안이 없단다. “<센스, 센서빌리티>를 보고 정말 좋았는데, 그게 중국어권 감독의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 사이에서는 또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정말 그는 배우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감독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기도 했던 위난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녀는 아직 만나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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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