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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윤리를 묻다, <씨 인사이드>

캐치온 10월25일(목) 밤 11시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죽음을 성찰하는 작품, <씨 인사이드>는 논쟁적이다. 안락사가 금지된 스페인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확고해 보인다. 28년 전 전신마비가 된 뒤, 형과 형수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조차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라몬 삼페드로(하비에르 바르뎀). 꿈속에서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죽을 권리를 주장해왔다. 그를 변호해주기 위해 찾아온 줄리아(벨렌 루에다) 역시 퇴행성 질환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서 있다. 둘은 죽음 앞에서 공감하고 그 절박함은 사랑으로 변하지만, 그럴수록 라몬의 죽음에 대한 욕망은 깊어진다.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논쟁적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평단과 관객은 거의 일제히 감동을 표했다. 대부분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으로 태어나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 다시 말해 삶을 마무리할 권리에 대해 깊이 호응했을 것이다. 30년가량을 침대에서 입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자율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삶을 견뎌낸 현실 속 남자의 모습과 바다와 벌판 위를 훨훨 날아가는 환상 속 그의 모습이 대비될 때, 우리는 진심으로 죽음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건 그 남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삶의 결단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선택에는 분명 논쟁적인 구석이 있으며, 그걸 얘기하지 않은 채, 그저 잘 죽고 싶은 권리를 인간의 존엄성과 바로 등치해버리는 논리에는 죽음을 낭만화하는 시선이 자리한다. <씨 인사이드>가 중요한 영화라면, 그것은 이 영화가 숭고한 죽음의 권리가 아니라, (영화의 의도와 상관없이) 죽음의 윤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죽음의 윤리는 인간이 자신이 원할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선택이 불가능할 때, 자기 안의 죽음을 끝까지 살아낸다는 의미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라몬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의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 자기 삶을 포기하고 라몬과 함께 죽음을 살던, 그리고 라몬의 ‘자율적인’ 선택에 가려진 채, 여전히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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