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찜질방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뒷부분에 나오지만, 실제 촬영은 초반에 이뤄졌다. 내 입장에서는 허 감독님이나 황정민씨의 작업 방식을 전혀 몰랐던 때다. 누워서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를 정작 사진 찍을 때는 몰랐던 셈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감독님은 디렉션대로 나오지 않으면 배우에게 뭐라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해 보인다. 이 자세가 불편한 건가 하고. 안 되는 걸 배우에게 요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다.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소통 방식 때문이 아닐까. 뒤늦게 털어놓자면, 감독과 배우의 내밀한 대화를 다가가 찍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이 장면보다 곧 이어진 다음 촬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알몸으로 황정민씨가 피를 토하는 장면이었는데, 온통 머릿속엔 그 걱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