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두개의 이야기로 직조된 공포 멜로다. 김민숙 감독이 맡은 첫 번째 부분에서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논개의 이야기가 재해석된다. 만약, 일본 장수를 껴안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던 논개의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는 일본군에 연인을 잃고 복수를 다짐하던 한 여인이 그마저 실패한 뒤, 혼령이 되어 지상을 떠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한은 핏물이 되어 일본 장수 기무라 주변을 맴돌고 그는 점차 광기로 치닫는다. 감독이 밝힌 대로 영화는 역사적인 관점을 취하는 대신, 사랑을 둘러싼 인간의 내면을 심리적 공포를 통해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다. 특히 나비를 모티브로 사랑, 죽음, 광기 등의 관념을 형상화하는 영화의 미학은 눈여겨볼 만하다. 상상력 역시 기발하지만, 짧은 시간에 방대한 이야기를 끌어안다보니 종종 비약적인 전개가 거슬린다. <편지> <산책> 등을 연출했던 이정국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이야기는 과거에서 현재의 시점으로 이동한다. 깊은 산속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깨어난 승현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 번째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두 번째 이야기에 환생한 듯한 설정을 제외하고는 두 이야기를 연결하는 지점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나비 대신 패랭이꽃이 인물들의 욕망을 추동하는 요소가 되며, 첫 번째 경우에 비해 공포의 미학보다는 사건의 아귀를 맞추는 데 중심을 둔다. 이를 위해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미스터리를 증폭시키고 마지막에 결정적인 반전을 위치시킨다. 다소 충격적인 반전에 에피소드의 핵심이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이야기 전체의 맥이 풀리는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