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초고를 악보에 옮겨적는 과정을 뜻하는 제목의 영화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 교향곡 중 최고작이자 최후작인 <합창>이 만들어질 당시, 여류작곡가 지망생이 함께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외모는 물론 거동 하나하나까지 베토벤의 환생인 듯한 에드 해리스, 베토벤과 교감하는 총명한 여인으로 눈을 반짝이는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는 물론 발군이지만, <카핑 베토벤>의 가장 큰 감동은 뭐니뭐니해도 <합창>의 초연장면을 커다란 스크린이며 풍부한 사운드로 감상하는 순간에 있다. 여성예술가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했던 지난 예술사에 대해 재기어린 반문을 던지는 아그네츠카 홀랜드(<유로파 유로파> <비밀의 화원>)의 복화술 또한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