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맞은 스티븐(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오랜 꿈이었던 복화술사가 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아직 독립하지 못했고 애인도 만나지 못한 그의 친구는 다혈질적인 성격의 친구 패니(밀라 요보비치)와 복화술 공연 파트너인 ‘나무왕자’ 인형뿐이다. 어느 날 구직상담소를 찾은 스티븐은 그곳에서 복화술사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호감을 보이는 로레나(베라 파미가)를 만난다. 하지만 대책없이 나서기 좋아하는 패니의 작전지시는 스티븐을 스토커로 몰리게 하고 그는 가족에게 더욱 바보 같은 존재로 찍혀버린다.
<스위트 보이스>는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플라모델 조립에 빠져 있는 스티븐의 아버지나 언제나 자식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사는 어머니, 가수가 되고 싶지만 언제나 제 성격에 못 이겨 팀원들을 다그치기 바쁜 팬고라, 역시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꿈을 이루지 못한 누나 하이디, 그리고 죽은 애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로레나까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나이에서 가져야 할 속도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미국 독립영화감독인 그레그 프리티킨은 이들의 만남을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나 <어바웃 어 보이> 같은 유머와 성찰이 담긴 어른의 성장담으로 그린다. 하지만 공감어린 대사와 상황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에이드리언 브로디, 밀라 요보비치, 베라 파미가의 5년 전 모습이다(<스위트 보이스>는 2002년작이다). 한국에서는 시효가 5년이나 지났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들의 모습은 더욱 신선하다. 특히 소심한 성격의 스티븐을 연기한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굼뜬 표정은 이 분야의 권위자인 휴 그랜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