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의 권리만 사랑받는 세상이다. <199-399: 더불어사는집 이야기>(이현정)는 없는 자의 권리를 내세운다. 빈민의 생산·협동·분배 공동체를 표방하며 ‘더불어사는집’을 결성한 일군의 노숙자들과 빈민운동가가 청계천에 있는 빈 아파트에 모여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9월, 그들은 정릉에 있는 빈집을 점거해 공동체와 삶의 꿈을 키웠지만 공동체 내외의 갈등으로 씁쓸한 결말을 맞는다. <199-399: 더불어사는집 이야기>는 호락호락한 접근을 거부하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대상을 결연하게 바라보기를 계속하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친절한 안내도 없으며, 무엇보다 우리가 보기 싫어하고 말하기 싫어하는 부분을 들춰낸다. TV다큐멘터리처럼 가난을 이야기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값싼 동정을 이 다큐멘터리는 원하지 않는다. 어떤 체제하에서도 빈민이 존재한다면, 시시콜콜 체제 타령하기보다 빈민의 존재와 권리를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주택을 소유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자들은 펄쩍 뛸 이야기겠지만, 남아돌고 버려진 집을 빈민들이 좀 차지하면 어떠냐고, 영화는 묻는다. 잊혀지지 않을 묵직한 화두를 던진 <199-399: 더불어사는집 이야기>는 ‘서울독립영화제2006’에서 대상을 받았다. <진영이>(이성은)는 이혼한 엄마가 데려온 여자를 사랑하게 된 깜찍한 계집애의 이야기로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뒤집어놓은 설정과 아이의 유쾌한 상상이 매끈하게 결합된 성장영화다. <우연한 열정으로 노래부르다보면>(권지영)은 여자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는 발걸음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기대에 부푼 오전부터 기다림에 애가 타는 오후, 목이 울컥 메는 저녁, 시원한 바람이 마음을 달래는 밤까지의 여정이 한 여자의 얼굴과 마음에 남긴 흔적을 은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두 남자 고등학생의 엉뚱한 1박2일을 담은 <유년기의 끝>(김재원)은 대중적인 시도와 기술적인 완성도 면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 가지>(정병길)는 일본의 록밴드 ‘기타 울프’의 한국 방문에 맞춰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단편이다. 진위를 판단하기 힘든 이야기와 기타 울프의 기행이 일부러 싸구려 행색을 띤 영상과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만만찮다. 관객상 수상작이다.
‘파고들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서울독립영화제2006’의 DVD가 출시됐다.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이란 이름의 DVD가 나온 게 이번으로 네 번째다. 판매 숫자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DVD를 내놓는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쳐야 한다. 두장의 디스크에 나름대로 다양한 부록을 갖춘 점도 돋보인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경우, 두 감독의 인터뷰(19분)를 봤으면 한다. 발걸음을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찍어나가겠다는 이현정과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영화를 꾸준히 만들겠다는 이성은 사이의 간격은 독립영화의 스펙트럼이 상업영화의 그것보다 훨씬 넓다는 것을 방증한다. 스틸 사진으로 엮은 <우연한 열정…>의 메이킹 영상(3분), 촬영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년기의 끝>의 감독과 스탭, 배우들이 나눈 전화 통화(11분), <락큰롤에 있어…>의 감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 감독의 파란만장한 일대기(3분) 등의 부록이 영화만큼 신선하다. 그리고 지금껏 서울독립영화제에 못 가본 사람들은, 감독 및 참가자의 모습과 참가작의 클립으로 만든 ‘개막영상’(13분), 9일 동안의 진행과정을 재기 넘치는 영상으로 꾸민 ‘폐막영상’(6분)을 보며 분위기를 느껴볼 것, 그리고 올해 11월 말에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07’에 꼭 가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