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아니한 바 아니었다. 고졸은 돼야 한다는 보스의 명령으로 시작한 <두사부일체>(2001)와 대학은 가야 한다는 보스의 명령으로 시작한 <투사부일체>(2005)에 이어, 이제 계두식(이성재)은 “FTA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보스의 명을 받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한다. <상사부일체: 두사부일체3>의 배경은 전편들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가 대기업과 조폭사회를 그려내는 방식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데, 사실 스무살 넘은 성인들에게 체육복을 입혀놓고 담력시험을 시키는 한국 대기업의 연수문화와 조폭들의 신고식이 뭐 그리 다를 게 있겠는가. 그래서 전편들이 사회의 모범집단인 학교와 비모범집단인 조폭의 문화적 충돌을 통해 유머를 생산하는 데 골몰했다면 <상사부일체…>는 ‘여기나 저기나 추접하고 유치하긴 마찬가지네?’라는 투다.
여하간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한 계두식은 조직의 미래를 위해 기획실에 들어가 글로벌 경영을 배워야만 한다. 하지만 연수회에서 사고를 친 두식은 결국 기업의 계열사인 보험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는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라’는 부장의 명령에 밤새도록 단체 메일에 우표를 붙이는 두식의 무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노조를 둘러싼 아귀다툼에 좀더 초점을 맞춘다. 두식과 로맨스를 꾸려가던 수정(서지혜)이 미국 회사와의 합병을 위해 직원들을 해고하려는 회사의 음모에 반기를 들며 노조에 가입하고, 두식은 모든 계획의 배후에 자리잡은 박 부장(정환)의 횡포와 비리에 맞서서 싸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한국 대기업의 조폭단체 같은 흉물스러움을 본격적으로 조롱할 만한 공력은 없고 그럴 만한 야심도 없다. 꽤 어울리는 배경의 덕을 입으며 시작한 <상사부일체…>는 결국 조폭코미디 장르에 대해 한점 부끄럼없이 장렬하게 돌진하며 막을 내린다.
<상사부일체…>는 이를테면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평행우주로, 캐릭터는 그대로 남은 채 출연진은 모조리 바뀌었다. ‘대가리’는 정운택에서 박상면으로, ‘김상두’는 정웅인에서 김성민으로, 가장 중요한 계두식은 정준호에서 이성재로 바뀌었다. 전편의 캐릭터를 새롭게 계승하려는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배역은 뭔가 아귀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어색한 순간마저도 특유의 능글거리는 미소로 대충 묻어가던 정준호에 비해 이성재는 웃음의 리듬이 애당초 어긋나는 장면들에서도 사력을 다한다. 맘놓고 웃기도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