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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여전한 부산 누아르 <사랑>
주성철 2007-09-19

사랑을 이야기하는 곽경택 감독의 여전한 부산 누아르

<친구> <똥개> <태풍> 등 곽경택 감독의 두 글자 제목은 이번에도 여전하다. 그 스스로는 자신의 첫 번째 멜로영화라 한다지만 누가 봐도 <사랑> 역시 곽경택 스타일의 부산누아르영화다. 싸움을 통해 더욱 우정을 키워가는 짐승 같은 남자 고교생들, 부둣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프로’ 폭력배들간의 세 싸움, 그리고 돈 앞에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예의 등 <사랑>은 곽경택 감독의 과거로의 회귀를 보여준다. 이처럼 <태풍>(2005) 이후 절치부심한 그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는 세계로 선회했다. 좀더 이야기를 펼치자면, 가장 가까이 연상되는 영화는 역시 곽경택 감독에게 가장 큰 영광을 안겨줬던 흥행작 <친구>(2001)다. <친구>에서 면회실의 칸막이를 앞에 두고 “왜 그랬는데?” “쪽팔리서”라고 대화를 주고받던 남자 친구들이, 이번에는 똑같은 상황에서 “사랑하나?” “영원히 사랑한다”는 순정의 다짐을 주고받는 연인 사이로 바뀐 것이다.

인호(주진모)는 어렸을 적 전학을 간 학교에서 미주(박시연)를 보고 첫사랑에 빠졌다. 세월이 흘러 고교 유도부원이 된 인호는 다시 미주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악질 건달 치권(김민준)이 미주 어머니의 노름빚 대신 미주를 데려가려 하면서, 인호는 치권에게 린치를 가하고 교도소 신세를 진다. 이후 미주는 일본으로 떠나고 둘 사이의 연락은 끊긴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인호는 부둣가 일꾼으로 일하다 건설회사 유 회장(주현)의 눈에 띄어 그의 경호실장으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미주가 회장의 정부로 곁에 나타나고 인호는 격렬한 고통에 시달린다. 이후 두 사람은 유 회장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마도 <사랑>은 <친구>에서 진숙(김보경)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어떤 대답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사랑>은 <친구>로 시작해 ‘보스의 정부와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점에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처럼 흘러간다. 그만큼 <사랑>은 지극히 흔해빠진 영화라는 얘기다. 마지막까지 <사랑>은 ‘내 여자 내가 지킨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특별히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우직하게 전개된다. <친구>에서처럼 “벌렁벌렁하나?”류의 불편한 마초이즘은 군데군데 여전하지만, 곽경택의 비릿하고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는 꽤 호소력있게 다가온다. 더불어 <사랑>은 부산이라는 고향의 대사로 연기하는 김민준을 배우로 새로이 발견하게 해준 영화로도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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