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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블레어 위치>로 대형사고 낸 그 감독의 복귀
김도훈 2007-08-23

<얼터드>는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감독 중 한명인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8년 만에 만든 신작 SF호러영화다. 은근히 신기한 사실은 한국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거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극장개봉 없이 DVD로만 출시된 작품인데다 알아볼 만한 스타가 등장하지도 않는 저예산 호러영화가 ‘<블레어 윗치>의 충격이 돌아왔다’는 공소시효 만료된 광고문구로 극장에 걸리는 것은 한국이 저예산 호러영화의 의외로 사려 깊은 시장이기 때문일까. 그건 농담이고, 어쨌거나 <얼터드>는 감독의 전작보다는 나이트 샤말란의 <싸인>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꽤 볼 만한 저예산 호러영화다. 8년 만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신작을 들고 온 감독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소사.

1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시작

실종된 학생들을 찾는다는 가짜 광고

1998년, 인터넷 세상이 다큐멘터리 영화 한편에 휩쓸렸다. 마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세명의 영화과 학생이 실종되고, 그들이 남긴 VHS 영상이 발견되어 곧 영화로 공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에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마녀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실종 학생들이 남긴 사진이 공개된 영화의 홈페이지와 TV다큐멘터리 <블레어 윗치의 저주>는 엄청난 조회 수와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문에 불을 붙였고, 사람들은 다큐멘터리의 극장개봉만을 노심초사 기다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저예산 배급사 아티잔과 두 젊은 감독 에두아르도 산체스와 대니얼 미릭이 궁리해낸 기막힌 마케팅 수법이었다.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는 인터넷 풍문이 최고점에 달아오른 1999년에 마침내 개봉했고 입소문의 힘으로 1억5천만달러의 블록버스터급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총제작비 35만달러의 조악한 영화가 340배에 달하는 달러를 쓸어담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신종 마케팅의 영악한 술수로 벌어진 사기인 것은 아니다. 두 젊은 감독은 관객의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직설적인 방식으로 이용할 줄 아는 미학적 용단을 갖추고 있었다.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는 콧물 흘리는 주인공의 극단적인 클로즈업만으로도 관객의 불안함을 건드릴 줄 아는 영화적 실험이었다.

2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잃어버린 8년

<타임>과 <뉴스위크> 표지에 등장한 산체스와 미릭

하지만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가 지나친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에두아르도 산체스와 대니얼 미릭의 끝없는 추락은 예견된 것이었다. 16mm카메라와 비디오 캠코더로 만든 페이크다큐멘터리 한편으로 <타임>과 <뉴스위크> 표지를 장식했다면, 그건 이미 영화인생의 로또를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다들 두고보자는 심정으로 차기작을 기다리는 동안 산체스와 미릭은 <하트 오브 러브>라는 블랙코미디를 공동으로 감독하려다 이내 포기했고, <폭스TV>와 제작하기로 했던 호러 시리즈 <피어섬>은 계약파기당했으며, 배급사인 아티잔과는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수익배분을 두고 지루한 법정투쟁을 벌였다. 진짜 문제는 두 사람이 언론의 기대에 부응하는 극영화를 차기작으로 만들 만한 준비가 아직은 덜 된 신출내기 감독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트 오브 러브>를 준비하던 산체스와 미릭은 “함께 영화를 만들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별을 선언했다. “두 번째 영화가 후지면 사기꾼으로 몰릴 것이 염려되었던 것”도 두 감독의 복귀를 늦추게 만든 큰 이유 중 하나다. 산체스와 미릭으로서는 부풀어오를 대로 부푼 기대감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3 산체스의 복귀

미국에선 DVD로 직행한 <얼터드>

에두아르도 산체스가 마침내 신작을 만들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후광이 사라졌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대니얼 미릭이 2006년부터 활발하게 비디오용 장르영화들을 감독하거나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산체스에게는 의미심장한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돈을 많이 벌었다. 생활을 위해 영화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결혼도 했고 애도 낳았으니 그냥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했다. 근데 2, 3년 전부터 슬그머니 저예산 호러영화를 하나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비록 <얼터드>가 DVD시장으로 직행하고 본국 비평가들의 냉대(사실 영화를 본 비평가가 거의 없다)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체스는 신작 <일곱 번째 달>(Seventh Moon)을 준비 중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산체스가 종종 “또 다른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의 속편에도 관심이 있다”며 떠들고 다닌다는 것이다. 한번 맛본 할리우드의 영광을 채 잊지 못한 탓일까. “나는 프리퀄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 꽤 괜찮은 트리트먼트도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제작사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더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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