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종지부인가. 거대한 태풍을 맞이하기 전의 고요함인가. <디 워>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지난 8월9일 있었던 MBC <100분 토론>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평소의 세배인 4.7%의 시청률(AGB닐슨 집계)을 기록한 이날 <100분 토론>은 특히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의 거침없는 언변으로 큰 화제를 낳았다. 토론이 끝나자 <디 워> 팬들은 진중권 교수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가했고, 변희재 문화평론가를 비롯한 몇몇 논객도 이 비난에 가세해 논란의 판을 키웠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현재는 <100분 토론>이 마치 <디 워> 논쟁의 분수령이 된 듯한 양상이다.
<디 워> 논쟁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한 진중권과 <100분 토론>
8월16일 현재, 극장가를 비롯해 인터넷 뉴스 창, <디 워> 팬카페 게시판 등은 눈에 띄게 조용한 분위기다. 인터넷 언론 또한 더이상 ‘영화전문가 vs <디 워> 팬’들의 논쟁을 기사화하기보다는 <디 워>의 흥행기록과 미국 흥행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쟁점을 옮겼으며 <디 워>를 본 관객의 평점도 낮아지고 있다. 영화를 예매하고 관람이 확인된 관객의 평점만을 집계하는 맥스무비에 따르면 개봉 다음 날인 8월2일, <디 워>의 관객평점은 8.76점(133명 참여)이었으나, <100분 토론> 전인 9일 오후 5시에는 8.08점(2379명 참여)으로 낮아졌으며 8월15일 현재는 7.96점(3927명 참여)을 기록하고 있다. <디 워>를 찾는 관객의 발길도 예전에 비해 둔해졌다. 개봉 둘쨋주만 해도 하루 평균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던 <디 워>는 개봉 3주차를 맞아 하루 20만명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마련된 ‘디 워&영구아트 팬카페’의 회원들도 더이상 진중권 교수에게 날을 세우려 하지 않는 모습이다. 팬카페 회원인 ‘다이쇼군(rooam)’은 “진중권씨의 발언에는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고, 듣기 좋은 말은 나를 망치는 근본”이라고 말했으며 ‘소보(7kiaora)’란 닉네임을 가진 회원은 “진중권씨의 신랄한 비판은, 어디까지나 심 감독님이 받아들여야 할 자세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한 것이며, 이런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음 작품에서의 발전은 무엇을 기대고 바랄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개봉 3주차를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지만, <100분 토론>과 진중권 교수가 <디 워> 논쟁에 어느 정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학시즌이 끝나는 오는 8월 말이면 <디 워>를 놓고 벌였던 격렬한 논란이 완전히 한풀 꺾일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제 <디 워>를 둘러싼 모든 논란은 잠들어버릴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논란이 <디 워>를 화제의 중심으로 올려놓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디 워>는 8월15일 현재, 전국누적관객 660만명을 돌파하여 역대 한국영화 흥행 8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아직 손익분기점까지 다다르기엔 고지가 멀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300억원이란 제작비와 일반적으로 관객 1명의 입장료에서 배급사가 가져가는 2800원에서 2900원 정도의 수익을 고려할 때, <디 워>의 손익분기점은 약 110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쇼박스쪽은 “<디 워>는 한국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을 목표로 기획된 작품”이라며 “해외개봉성적과 DVD등 부가판권수입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손익분기점을 산출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순전히 국내 관객만 놓고 보면 아직 돈을 벌지 못한 상태다. 그만큼 이제는 <디 워>의 국내외 흥행여부와 그로 인한 수익분배문제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개봉 규모와 수익분배문제 또 다른 논란거리로
우선 오는 9월14일 미국에서 개봉될 <디 워>가 과연 쇼박스의 발표처럼 “이미 17개국에 선판매가 이루어졌으며, 15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될 것이고 미국쪽 배급사인 프리스타일 릴리징이 개봉에 소요되는 15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여부가 첫 번째 문제다. 배급사인 쇼박스쪽의 발표와 달리 로튼토마토닷컴 등 미국 영화 관련 사이트에 <디 워>의 배급 규모가 와이드 릴리즈가 아닌 리미티드로 표기되어 있다는 논란은 미국 야후사이트에서 와이드로 표기된 사실이 발견되면서 어느 정도 일단락 됐다(로튼토마토닷컴에는 아직 리미티드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프리스타일 릴리즈’란 회사가 한편의 영화를 와이드 릴리즈할 수 있는 배급사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심쩍은 눈초리가 남아 있다. <버라이어티> 한국 통신원인 달시 파켓은 “미국에서 1500개 스크린을 연다는 것은 가능은 하겠지만 주로 평범한 규모의 배급을 해오던 회사라 개봉 뒤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씨네21>이 이메일로 인터뷰한 미국쪽 배급 관계자는 “미국에서 1500개란 스크린 수는 작은 것은 아니지만 와이드 릴리즈라고 볼 수는 없는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스타일쪽이 15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도 확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프리스타일이 이 돈을 전부 지불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프리스타일이 영화를 배급할 때는 주로 제작사나 DVD 배급자들이 마케팅 비용을 제공했다. 게다가 150억원이면 TV광고를 하는 데에는 충분하지만 와이드 릴리즈를 하기에는 부족한 돈이다.”
<디 워>가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논란은 수익분배문제다. 2006년 말 선진회계법인이 작성한 (주)영구아트(옛 영구문화아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디 워>에 투자한 투자자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에이스저축은행과 제작사인 영구아트무비와 심형래 감독 등이다. 또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여기에 미디어플렉스가 일정 금액을 부분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금액은 밝혀진 바 없지만 지난 7월24일,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쇼박스 정태성 상무는 “<디 워>의 총제작비는 3억달러(300억원)이며 쇼박스는 이 가운데 1/3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 관계자들은 <디 워>의 투자자들이 두손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초기투자자들부터 마지막에 투자한 사람들까지 계약조건이 저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수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로덕션 과정에서 막판에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원금보장을 해주거나, 손익분기점을 낮게 책정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투자를 유치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픈앤디드픽쳐스의 서영관 대표는 “이런 상황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태극기 휘날리며>나 <괴물> 때 있었던 소송문제처럼 자신의 수익은 왜 이것밖에 안 되는지 항의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으며, 센츄리온기술투자의 이세형 전무는 “일반 영화에서 부분투자자들은 6개월이나 1년 정도 참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계약조건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디 워>처럼 오랜 시간 펀딩이 계속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후반에 들어온 투자자들이 위험부담을 적게 가져가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센츄리언기술투자는 영구아트무비로부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차례의 투자제의를 받았던 회사다. 같은 회사의 문수봉 팀장은 “프로덕션 중반부터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 투자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쪽에 제의를 할 때는 그쪽 담당자도 영화의 흥행을 반신반의했는지, 과감하게 투자를 제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9월14일 미국개봉 성적에 모든 관심 쏠려
현재 <디 워>는 지난 15일, 심형래 감독의 출국과 함께 미국 개봉 준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 워>&영구아트 팬카페’쪽도 영화 전문가들에게 날을 세우기보다는 <디 워>의 미국 흥행을 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회원들은 “<디 워>의 미국 흥행을 위해 미국 주요 사이트의 영화예고편 순위에 <디 워>를 올리도록 조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jurbill114)거나, “<디 워> 안티들 때문에 6.6점이던 <디 워>의 IMDb평점이 6.4점으로 내려갔다. 우리 모두 가서 별점을 주고 오자”(ready2scrap)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디 워>의 미국 흥행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달시 파켓은 “9월이면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름보다는 조용한 시즌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 반면, 앞서 이야기한 미국쪽 배급관계자는 “<디 워>가 정말 흥행을 목적으로 한다면 1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해 개봉 첫주와 둘쨋주 스코어를 노려야 할 것이다. 배우 연기와 각본 등에서 문제가 있는 <디 워>가 1500개 스크린으로 출발해 극장에서 장기적으로 버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도 <디 워>의 미국 흥행여부는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100분 토론> 못지않게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배급 규모와 흥행성과에 따라 심형래 감독과 쇼박스측의 주장이 입증될 것이고, 투자자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자신에게 돌아올 수익을 계산할 것이다.
“미국 극장 규모와 예매율에 따라 마케팅비는 더 상승할 수 있다”
쇼박스 정태성 상무
-<디 워>의 미국 개봉은 현재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배급사인 프리스타일 릴리징이 현재 극장 부킹을 진행하고 있다. 현지 프로모션은 개봉 2, 3주 전인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쇼박스가 <디워>에 투자한 금액은 정확히 얼마나 되나. 60억원이란 설도 있고, 20억원이란 설도 있다. 또 지난 7월24일,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를 보면 300억원 가운데 3분의 1을 투자했다고 하더라. =실제 쇼박스가 <디 워>에 투자한 돈은 100억원이 넘는다. 60억원은 부분투자자로서 인정받는 지분투자 금액이다. 여기에 국내 마케팅과 해외 마케팅 비용, 그리고 후반작업 지원비 등을 포함하면 100억원이 넘을 것이다.
-<디 워>의 크레딧을 보면 영화에 투자한 회사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에이스저축은행 등이다. 하지만 영화계 일각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쪽에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 역시 영구아트쪽에서 자료를 받은 것이고, 그 자료는 크레딧에 올라와 있는 그대로다.
-프리스타일 릴리징은 지금까지 마케팅비를 직접 댄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일루셔니스트>도 제작사인 야리사가 직접 부담했다. 프리스타일이 <디 워>의 마케팅비인 150억원을 직접 부담하기까지에는 협상과정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일단 미국 마케팅 비용 가운데 쇼박스가 부담하는 건 없다. 프리스타일은 자사의 돈을 쓰기도 하지만, 자사와 연계된 투자사의 돈을 마케팅에 집행하기도 한다. 프리스타일이 극장을 부킹하는 정도와 예매율에 따라 마케팅비는 더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