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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시네바캉스 서울] 잊을 수 없는 얼굴, 잊을 수 없는 노래
문석 2007-07-24

시네바캉스에서는 다양한 고전영화들을 소개한다. 시대를 넘어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불멸의 스타전’과 음악영화를 다루는 ‘음악과 영화’ 등의 섹션에서는 할리우드 고전영화뿐 아니라 장 르누아르 감독의 <프렌치 캉캉>(1954) 같은 프랑스영화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영화에 공통점이 있다면,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성이 강하다는 점. 개봉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만에 극장으로 돌아온 <대탈주>를 비롯해 <유브 갓 메일>의 원전인 <모퉁이 가게>, 유명한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캬바레> 등은 그동안 필름으로 접하기 힘들었던 영화들이다.

<모퉁이 가게>(1940) The Shop Around The Corner 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출연 마거릿 설리반, 제임스 스튜어트

헝가리의 작가 미클로스 라즐로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모퉁이 가게>는 부다페스트를 무대로 삼는다. 이 도시에서 잘나가는 상점인 ‘마투첵 앤드 컴퍼니’에는 사장 마투첵의 신임을 받는 점원 알프레드 크랄릭(제임스 스튜어트)이 있다. 마투첵은 매사 크랄릭에게 의존하면서 그를 가족처럼 대한다. 어느 날 일을 구하러 이 가게를 찾은 클라라 노박(마거릿 설리반)은 마투첵이 야심을 기울인 상품을 성공적으로 판매하면서 자리를 얻는다. 출발부터 삐걱거린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말다툼을 하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크랄릭이나 노박이나 미지의 이성과 편지를 주고받아온 것. 펜팔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을 쌓아왔고 크리스마스 즈음해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크랄릭과 노박이 그 당사자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모퉁이 가게>는 쉴새없이 재잘대는 남녀 주인공들을 섬세하고 깔끔하게 보여주는 루비치 영화의 특성을 온전히 품고 있는 로맨틱코미디다. 이번 시네바캉스에서는 루비치의 또 다른 작품 <니노치카>도 함께 상영한다.

<대탈주>(1963) The Great Escape 감독 존 스터지스 출연 스티브 매퀸, 제임스 가너, 리처드 애튼버러

화려한 캐스팅을 내세워 대대적인 흥행을 거뒀던 전쟁영화의 고전. 앞서 언급한 배우 외에도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데이비드 매칼럼 등 당대의 액션스타들이 총출동한 이 영화는 2차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수용소 스탈락 루프트에서 일어난 실화에 기반한다. 연합군 포로들이 각자의 개성을 이용해 탈출을 꾀한다는 설정은 <오션스 일레븐> 같은 영화와 유사하지만, 호쾌한 액션과 풍성한 캐릭터 묘사는 훗날 <치킨 런>이나 여러 광고에서 이 영화를 인용하게 한 원동력이다. 벽에 야구공을 퉁기는 스티브 매퀸의 모습과 엘머 번스타인의 주제곡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

<캬바레>(1972) Cabaret 감독 밥 포시 출연 라이자 미넬리, 마이클 요크

<시카고> <올 댓 재즈> 등 무대와 스크린을 막론한 뮤지컬의 대부 밥 포시의 대표작. 1930년대 초반 베를린을 배경으로 영어교사인 영국인 브라이언을 사이에 둔 카바레 댄서 샐리와 젊은 귀족 막시밀리언의 기이한 삼각관계를 그린다. 나치가 권력을 잡아가던 시기의 퇴폐적인 혼란함이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순진하고 순수한 모습과 섹시한 퇴폐미를 동시에 품은 라이자 미넬리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 아마도 2000년대의 관객이라면 많은 부분에서 롭 마셜의 <시카고>를 떠올릴 텐데, 그 영화 속 두 여인의 매력을 한몸에 지닌 미넬리의 카리스마가 한결 폭발적이다.

국제영화제 휩쓰는 러시아산 진공청소기

콘스탄틴 브론짓 회고전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영화는 러시아의 애니메이션 작가 콘스탄틴 브론짓의 회고전이다. 애니충격전의 한 섹션 ‘명인전’의 첫 번째 주인공이기도 한 콘스탄틴 브론짓은 1965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20개 이상의 상을 석권한 감독이다. 특히 그는 가장 권위있는 애니메이션영화제인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두번이나 그랑프리를 받은 흔치 않은 경력을 갖고 있다. <스위치 크래프트>로 1995년 단편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데 이어 1998년에는 <다이하드>로 TV시리즈 부문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았던 것. 또 2004년 그는 처음으로 장편애니메이션 <알로샤>를 만들어 러시아에서 성공적인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알로샤>는 제작기간이 1년밖에 주어지지 않아 시나리오를 쓰는 동시에 제작을 했음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의 애니메이션 세계는 러시아 전통의 화풍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결합해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되는 그의 작품은 10편이며, 그가 참여한 TV광고 모음 또한 상영된다. 이중 <다이하드>는 TV시리즈 파일럿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다이하드>를 기반으로 <터미네이터2> <나이트메어> <인디아나 존스> 등을 패러디한 작품이며, 세상의 뾰족한 끝에 지어진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지구의 끝자락>(1999)은 풍자성 있는 유머로 1999년 안시영화제 관객상을 비롯해 드라스덴필름영화제 최고애니메이션 필름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