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상영되는 막스 브러더스의 영화 4편은 그들이 MGM 스튜디오에 소속됐던 1935년에서 1940년 사이에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음악 훈련을 받았던 그루초, 검모, 치코, 하포, 제포 등 5형제는 1910년대부터 보드빌 공연을 시작했다. 노래와 코미디를 조화시킨 이들의 공연은 인기를 끌어 활동영역도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로 넓어졌다. 막스 브러더스의 할리우드 데뷔는 파라마운트를 통해 이뤄졌다. 영화 데뷔작인 <코코넛>(1929)을 비롯해 <몽키 비즈니스>(1931), <막스 브러더스의 스파이 대소동>(Duck Soup, 1933) 등은 모두 파라마운트 시절 만든 대표작이다. 이들은 MGM으로 적을 옮기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막내인 제포가 연기세계를 떠나 형제들의 에이전트가 되기로 하면서 멤버에서 빠진 것. 검모 또한 이미 1차대전 참전으로 형제들과 헤어진 터라 이때부터 막스 브러더스는 그루초, 치코, 하포 3형제 시대를 맞는다. MGM 시대에 돌입하면서 막스 브러더스의 영화 또한 변화를 겪는다. 파라마운트 시절 영화가 다소 산만한 구성과 무정부주의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MGM에서의 영화들은 막스 브러더스의 코미디와 사랑을 주제로 한 정극 뮤지컬의 결합이었다. MGM 시대 이후 막스 브러더스의 활동은 형제 각각의 문제로 급속하게 뜸해진다. 결국 이번에 상영되는 4편은 막스 브러더스의 절정기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의 밤>(1935) A Night at the Opera 감독 샘 우드 출연 막스 브러더스
<막스 브러더스의 스파이 대소동>과 함께 막스 형제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영화. 이탈리아에서 뉴욕 오페라단으로 스카우트되는 가수들을 둘러싼 소동을 그리는 이 영화는 이후 MGM에서 만들어질 막스 브러더스 출연작의 형식을 규정했다. 이야기의 중심은 두명의 (잘생기고 예쁜) 남녀주인공이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포커스는 막스 형제의 코미디에 맞춰지며, 그루초의 노래와 치코의 피아노, 하포의 하프 등 음악적 특기가 발휘되는 뮤지컬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 이처럼 영화적 구성력을 강화한 장본인은 전설의 프로듀서 어빙 탈버그다. 탈버그는 이들의 영화에 강력한 스토리를 부여했고, 이들의 캐릭터를 좀더 관객이 동조하기 쉽게 만들었다. 반사회적이라 할 정도로 예측불가였던 파라마운트 시절의 막스 브러더스와는 자못 다른 모습인 것. 때문에 막스 브러더스의 MGM 시절 영화를 무시하는 골수 팬도 존재한다. <오페라의 밤>에서 그루초는 사기성 짙은 흥행사로 등장하고, 치코와 하포는 실력은 있지만 명성을 갖지 못한 오페라 가수의 친구로 등장한다.
<경마장의 하루>(1937) A Day at the Race 감독 샘 우드 출연 막스 브러더스
<오페라의 밤>에 이어 그루초는 사기 행각을 펼치는 수의사 하켄부시로, 치코와 하포는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한다. 요양원을 운영하는 주디는 엄청난 빚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 치코와 하포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명의로 소문난 하켄부시를 초청하지만 연락이 잘못돼 같은 이름의 수의사가 찾아온다. 이들의 영화에서 그루초는 사기성 짙은 인물로 설정되지만 항상 치코에게 사기를 당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루초가 경마 정보를 얻기 위해 끝없이 책을 사야 하는 코미디가 등장한다. 영국 밴드 퀸은 <오페라의 밤>과 이 영화 제목을 앨범 타이틀로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서커스장에서>(1939) At the Circus 감독 에드워드 버젤 출연 막스 브러더스
영화가 색다른 것을 보여주는 데 골몰하던 당시다 보니 막스 브러더스의 영화 또한 볼거리에 힘을 쏟게 된다. 상황은 <경마장의 하루>와 비슷해, 주인공 남녀는 서커스단을 유지하기 위한 1만달러를 강탈당하고 이들의 친구인 치코와 하포, 변호사인 그루초가 문제 해결을 위해 뛰어든다. 언제나 그랬듯이 해결책은 그루초의 사기술과 치코와 하포의 재치다. 서커스 열차 감시인인 치코와 계약을 위해 열차에 타야하는 그루초 사이에 벌어지는 개그나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용의자에게 그루초가 시가를 달라고 하는 장면은 큰 웃음을 준다.
<서부로>(1940) Go West 감독 에드워드 버젤 출연 막스 브러더스
막스 브러더스는 골드 러시와 철도 개발이 한창이던 서부 개척시대에도 뛰어든다. 이제 이들은 철도 개발 과정에서 토지를 강탈하려는 악당들과 맞서야 한다. 초반부 열차표를 사는 장면 외에 큰 재미가 없다고 극장을 뛰쳐나갈 필요는 없다. 후반부의 증기기관차 신이 있으니까 말이다. 현란한 ‘몸개그’를 선보이며 당시로서는 만만치 않았을 특수효과도 등장한다. 그루초가 주로 입심있는 개그를, 치코가 피아노 묘기를 보여주며 하포가 대사 한마디 없이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설정은 보드빌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