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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만발 코미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김혜리 2007-07-18

연애의 생태를 보여주는 수다만발 코미디

연인끼리의 여행은 간혹 관계의 분기점이 된다. “우리는 지금 최고로 행복해야만 해”라는 강박도 스트레스지만,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얼굴을 발견하고 질겁하는 일도 있다. 35살 동갑내기 커플 마리옹(줄리 델피)과 잭(애덤 골드버그)의 유럽 여행도 위기로 비화된다. 베니스에서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 파리에 들러 마리옹의 가족과 함께 이틀을 보내게 된 잭은 문화적 차이에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비엔나 소시지같이 줄줄이 출현하는 마리옹의 옛 남자들은, “과연 내가 그녀를 아는 걸까?”라는 회의까지 부른다.

<비포 선셋>의 각본에도 참여한 바 있는 줄리 델피 감독은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에서 익숙한 지도를 따라 걷는다.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사색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여자와 남자가 거리를 소요하며 대화로 줄거리를 진전시킨다. 그러나 잭은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처럼 꿈꾸지 않고, 마리옹은 <비포 선라이즈> 연작의 셀린느보다 신경증적이다(머리칼을 단숨에 틀어올리는 멋진 동작과 코를 킁킁대며 웃는 버릇은 똑같다). 둘은 키스 도중에도 논쟁에 돌입한다. 마리옹이 “오럴섹스는 부시나 조류독감에 비하면 이 세계에서 극히 사소한 문제”라고 일축하면 잭은 “클린턴의 오럴섹스 때문에 민주주의가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생생한 인물 묘사와 재치있는 시추에이션은, 감독이 탁월한 눈과 귀를 가진 인생의 관찰자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마리옹와 잭의 갈등은, 관객이 같이 고민하기엔 너무 변덕스럽고 그 해결도 불분명하다. 이 영화의 결핍은, 수첩에 빼곡히 적힌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엮는 관점이다. 델피의 실제 양친이 극중 마리옹의 부모로 출연해 이 똑똑하고 자유로운 배우가 어디서 왔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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