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살인범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여자의 사투를 그린 공포스릴러물.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여성 톱모델이 어딘가로 납치되어 고통스런 죽음의 위협을 당하고, 탈출하려 애쓰나 번번이 실패하고, 옆방에 감금된 남자와 힘을 합쳐 또 탈출을 시도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첫 시퀀스에서 침대에 사지가 묶인 채 서서히 피를 뽑히는 희생자와 이 죽어가는 희생자를 대망치로 내려찍는 감금자를 보여준다. 서막이 제공하는 자극적인 공포와 스릴은 이후 얼굴에 염산 붓기, 오장육부 믹서로 갈아 주스 만들기, 귀여운 강아지 쏴 죽이기 등 더욱 다양하게 불쾌하고 수위 높은 아이디어들로 90여분간 개휴를 반복한다. <4.4.4.>는 완벽한 감시·통제체계가 마련된 공간 안에서 감금자와 피랍자가 벌이는 게임이며, 플롯의 앞길은 쉽게 내다보인다. 영화가 재미없고 기분 나쁜 건 그러나 뻔한 플롯 때문이 아니다. 게임의 운영자인 감금자 캐릭터에 무작정 강도 높은 클리셰들만 주렁주렁 달아놓고 일관성과 의도라곤 찾아볼 수 없게 한 것이 문제다. 기댈 맥락이 최소한도 되지 않으면, 예측이고 반전이고 모두 우스워 보일 뿐이다. 이를 아는 자기변명인 걸까. 각본가 래리 코언(<폰부스>)은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네 수작은 너무 뻔해! 이제 그만둬!”라고 어느 순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