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포인트| 엘리샤 쿠스버트는 어쩌면 미샤 바튼과 정반대의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에서 섹시함을 맘껏 뽐내는가 하면, 바튼이 비호감을 암시한 패리스 힐튼과는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듯했으니 말이다. 가느다란 실루엣을 지닌 바튼에 비해 쿠스버트는 동그스름한 뺨과 어깨선에서 느껴지듯 육감적인 느낌이 강하다. <FHM> <맥심> 등 남성 잡지의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100명’ 리스트에 거의 매년 포함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대중적인 영화에 주로 출연한 필모그래피도, <The O.C.>로 인기를 얻긴 했지만 모험적인 시도를 감행하는 바튼과 뚜렷이 차별되는 점이다. 같은 이유로 바튼보다 훨씬 화려한 외모를 지닌 쿠스버트는 실상 겸손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호소한다. <스파이더 맨>에서 커스틴 던스트에게, <수퍼맨 리턴즈>에서 케이트 보스워스에게 밀려 원하는 역할을 얻지 못했고 키퍼 서덜런드에게 우연히 브래드 피트를 봤다고 자랑했다는 일화는,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그러나 쿠스버트는 오로지 행운에 힘입어 스타덤에 오른 배우가 아니다. “<24>는 촬영하기 매우 어려웠지만 그녀는 에피소드마다 더욱 나아지는 프로의 모습을 보였어요”, 키퍼 서덜런드는 끈기와 인내를 예로 들며 쿠스버트의 성공을 예견했다. “그녀는 미래에 더욱 발전할 놀라운 배우예요.”
엘리샤가 말하는 엘리샤| “나는 매우 온건해요.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그저 단순한 삶을 살았겠죠. 알잖아요, 결혼하고 베란다에 앉아 있는 삶 말이에요.”
기대작| 6월21일 개봉할 <4.4.4.>가 쿠스버트의 출연작 중 가장 빨리 한국을 찾을 영화이긴 해도 더욱 궁금한 것은 전지현, 차태현이 주연한 한국영화의 리메이크작 <엽기적인 그녀>가 아닐까 싶다.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머리 위에 먹은 것을 게우고, 어엿한 성인임에도 교복을 입은 채 콜라텍에서 춤을 추는 등 전지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엽기 행각을 펼치며 국내에서만 420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러브 미 이프 유 데어>의 얀 사뮈엘 감독이 연출하는 이 영화는 곽재용 감독의 이름을 각본가에 올리며 원작을 확실히 했지만 할리우드식 각색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증거로 한국판에서 끝내 ‘그녀’로 남았던 여자주인공은 조단 로크라는 어엿한 이름을 선물받았다. 순정을 간직한 견우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던 ‘엽기적인 그녀’ 돌풍이 할리우드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러려면 자신이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조단을 연기해야 함을 쿠스버트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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