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제작사인 청어람이 엠엔에프씨와 손잡고 배급 사업을 재개했다. 청어람은 최근 전국 극장에 공문을 띄우고, <해부학교실>(7월12일)을 시작으로 배급 사업에 다시 뛰어든다고 밝혔다. 2002년 ‘한국영화 전문배급사’를 모토로 시장에 뛰어든 청어람은 <장화, 홍련> <싱글즈> <바람난 가족> 등으로 2003년에는 배급시장에서 할리우드 직배사를 제치고 점유율 3위를 차지하는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였으나 <괴물> 제작을 전후로 배급을 포기하고 투자·제작에만 전념해왔다.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현재 상황을 볼 때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유통망에 의존해서 영화를 배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로 배급을 시작한 배경을 밝혔다.
이번에 청어람이 던진 출사표는 틈새시장을 노렸던 과거의 전략과는 분명 달라 보인다. “하반기 라인업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공격적으로 갈 것”이라는 최용배 대표의 말처럼, 청어람은 외화까지 포함해 연간 20여편(한국영화 12편, 외화 10편 내외)의 라인업을 확보할 예정이다. 2007년 하반기에는 오기환 감독의 <두사람이다>(8월9일), 조셉 파인즈,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다윈 어워드>(9월20일), 이명세 감독의 <엠>(10월26일), 3D애니메이션 <히어로>(12월13일) 등이 대기 중. 2008년 라인업에는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가제), 강풀 원작의 <26년>, 장첸, 서기 주연의 <블러드 브라더스>, 김태용 감독의 <그녀가 사라졌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청어람의 유창서 이사는 “청어람의 배급 노하우와 엠엔에프씨의 라인업 등이 분명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펀드 구성 등을 통해 추후 더 많은 파트너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청어람-엠엔에프씨가 CJ, 쇼박스, 롯데 등 멀티플렉스를 손에 쥔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높은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요즘처럼 이들 3사가 한국영화 위기를 이유로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 청어람이 의외로 쉽게 배급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예상 또한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청어람의 배급업 재개는 최근 영화계 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SK텔레콤의 움직임과 관련해 큰 관심거리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IHQ가 청어람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탓에 청어람은 SK텔레콤의 영화진출 전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청어람쪽은 “구체적인 그림은 관련사들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