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물이며, 왜 눈인가. 저주받은 물을 소재로 고독에 대한 공포를 이야기하는 영화 <데스워터>는 임팩트가 없다.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추적하는 기자가 음침한 공간을 따라가지만 영화는 100분이 넘는 상영시간을 단 한번의 놀램도 없이 지루하게 끌고 간다. 물론 일본 공포영화의 리듬이 한국처럼 가파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데스워터>는 <주온>의 스산한 공포를 전해주지 못한다.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감독이 소재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 저주받은 물을 마신 사람에게 환각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은 질병의 증상으로 이해한다 해도, 물에 대한 공포가 눈에 비치는 세상에 대한 공포로 변주되는 과정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특히 <데스워터>는 천천히 분위기를 조성한 뒤 공포적 요소를 등장시키는데, 그 타이밍이 꼭 한 박자씩 느리다. 그리고 그 장치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사건을 따라가는 기자의 발걸음은 조금의 긴장감도 전해주지 못한다. 느슨하게 엮인 드라마는 사건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따라서 천천히 밝혀진 사건의 결말은 시시하게 느껴진다. 과도하게 놀래고, 소리지르는 공포가 아니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공포의 정서가 전체적으로 조율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링>을 제작했던 가도카와의 공포영화라 하기엔 맥이 빠진다.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으로 유명한 와타베 아쓰로가 수질 전문 분석가로 출연하며,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의 이가와 하루카가 기자를 연기한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에 출연했던 나나세 호시이의 모습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