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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클래식 일본영화 복원, 영화사가 발벗고 나서다

가도카와·쇼치쿠와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가 손잡고 본격 착수

올해 2, 3월에 도쿄 국립근대미술관 필름센터에서 ‘일본의 촬영감독(2)’이라는 특집 상영이 있었다. 이 가운데 1957년작인 <이토한 이야기>(이토 다이스케 감독)는 실로 수십년 만에 스크린에서 상영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비디오나 DVD로 발매되지 않고 필름으로 남아 있던 작품으로 개봉 당시의 상영으로 프린트가 마모된 뒤로는 상영된 적이 없다고 한다. 창고에서 잠자던 원판에서 곰팡이 등을 제거하고 색보정을 한 뒤 상영용 프린트를 제작하기까지 그 비용은 필름센터와 영화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가도카와 영화가 절반씩 부담했다고 한다.

쇼치쿠는 2005년에 <모래그릇>(노무라 요시타로 감독)을, 올 봄에 <스물 네개의 눈동자>(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의 디지털 리마스터판을 극장에서 상영했다. 할리우드에서는 주로 신작에 이용되는 디지털 인터미디에이트(DI)라는 기술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사용, 필름을 1콤마씩 스캔하여 복원하고 이를 필름에 새겼다. 오리지널을 극장에 걸고 싶다는 <모래그릇>의 시나리오작가 하시모토 시노부와 촬영감독 가와마타 다카시의 요청으로 시작된 시도라고 한다.

가도카와 영화가 약 1600편의 클래식(구작) 복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4년부터다. 2002년 11월에 과거 일본영화 5대 메이저사의 하나였던 다이에이를 인수한 뒤, 자산 조사 과정에서 다이에이가 남긴 필름의 대부분이 현저하게 손상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다음해 보존상태를 조사하여 복원 프로젝트팀을 발족, 2004년부터 3년간 가도카와 문화진흥재단의 조성금 1억500만엔을 투입하여 23개 작품의 복원작업을 진행했다(일부는 현재도 작업 중). 그러나 비용의 문제에서 원판이 되는 마스터 포지티브의 제작까지 필름센터의 협력이 없었다면 스크린 상영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다.

필름센터 주임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정도 각 영화사에서 원판을 기증받거나 기탁받아 클래식 일본영화 복원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현재 가도카와와 쇼치쿠가 기탁한 7천편 이상의 필름을 일정의 온도, 습도하에서 관리하고 있다. 필름센터가 구입하는 필름은 연간 100편에서 200편에 이르는데 2004년에는 약 6천편을 대부분 각 영화사의 기증을 통해 수집했다고 한다.

<로마의 휴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많은 명작 클래식이 DI로 복원되어 일본 극장에서도 리바이벌 상영되곤 하지만, 아직 일본에서는 DVD 등의 패키지 상품을 위한 복원이 여전히 주류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클래식 필름의 복원은 각 영화사에는 큰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작권도 언젠가는 끝날 텐데 굳이 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각 영화사의 속내일지도 모른다.

<모래그릇>과 <스물 네개의 눈동자>에 쇼치쿠가 투자한 비용은 각각 약 4천만엔 정도. <모래그릇>은 노무라 요시타로 감독이 타계한 직후에 상영되었다는 점도 작용하여 5700만엔 정도의 흥행수입을 올렸지만 역시 흑자를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신작의 입장료나 DVD 등 2차 사용 수익의 일부를 적립하는 등으로 클래식 일본영화 복원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