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에 강렬하다. 오는 5월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 경성대 콘서트홀과 부경대, 동명대 등에서 열리는 2007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가 강렬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총 60편의 단편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지난 4월1일까지 약 한달간의 작품공모를 통해 출품된 14개국 600편의 작품 가운데 선정된 국내 45편, 해외 15편의 작품들은 7인으로 구성된 예심위원들의 공정한 심사를 거쳤으며, 이외에 미국, 벨기에, 스페인 등에서 초청된 작품들도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또 역대 영화제 수상작을 상영하는 개막작으로는 2000년 한국필름경쟁 수상작인 정윤철 감독의 <동면>과 2003년 코닥상을 받은 이진우 감독의 <단순한 열정> 등 네 작품이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경쟁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현실과 심리를 포착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쓴 눈물을 함께 삼키는 여성의 은근한 연대를 그린 <난년이>(전선영)를 비롯해 이혼 뒤의 막막한 생활서 희망을 찾는 <다시>(이숙경)와 비루한 일상에 빠진 여성을 따뜻한 감동의 순간으로 위로하는 <고마워요>(배가선) 등 단순히 현실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응원을 아끼지 않는 영화들이 주로 포진되어 있다. 또 사랑이 시작되는 절묘한 순간들을 드러낸 몇몇 작품들 역시 여성의 시선에서 사랑의 감정을 바라본다. 사랑을 고백하고픈 벙어리 소녀의 험난한 투쟁과 슬픈 이별을 담은 <모노러브 송>(조민석)과 사랑하는 이 앞에서 일어난 긴장의 순간을 잡아낸 <시작인가요>(박정훈), 동방신기보다 뚱뚱한 씨름선수를 더 사랑하는 한 소녀의 귀여운 사랑 이야기 <민요 삼총사>(이호경)가 그러한 작품들이다. 여기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삼던 남성이 주객전도되는 상황을 맞는 <주객전도 되던 날>(송영지), 어느 날 갑자기 러브호텔을 운영하게 된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은 <안티 섹스>(우라마쓰 료타로), 어설픈 흡혈귀와 그와 함께 살게 된 소녀의 동거담을 담은 <시란 시란>(송진우) 등 기발한 반전과 상상력을 담은 작품들 역시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단편영화에서 장편영화의 넉넉한 품을 느끼고 싶은 관객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장애인 손자의 이별과 그리움을 그린 <여름비>(엄세윤)와 새로운 가족의 소통과정을 담은 <길을 묻다>(박현비) 등의 작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부터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 각 장르 전문가들의 예심을 치른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올해도 다양한 장르의 개성있는 작품들을 선정했다. 애니메이션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모습을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느 날 자신의 방 안에 횡단보도가 놓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고찰하는 <횡단보도>(황선미)는 특히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밖에도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서로 입고 입히는 일상의 단면을 하드보일드한 색채로 그린 <타인의 시선>(이태웅 외 3명)과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손을 맞잡는 <바다로 가는 날>(김윤희), 이상한 방 안에 갇힌 샴쌍둥이 실험체를 통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계에 대한 통찰을 담은 <방>(김준기) 등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넘치는 상상력의 홍수에서 잠시 빠져나오고 싶다면 다큐멘터리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남한과 북한 여대생들의 중국여행기를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찍은 <길 위에서 나누는 대화>(오원환)와 지구를 지키는(?) 로큰롤 밴드인 기타울프의 한국 공연을 담은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세 가지>(정병길)는 영화적 재미에도 매우 충실한 다큐멘터리. 그런가 하면 일산 풍동의 철거민들이 처한 현실을 관찰한 <골리앗의 구조>(김경만)는 개발의 등 뒤에서 우는 사람들의 슬픔을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이번 2007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는 영화상영 외에도 영화제 기간에 오픈토크 시간을 통해 장편과 단편의 차이,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의 차이 등의 주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 또 단편영화의 제작 현실,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할 점과 앞으로 전망을 알아보는 토론의 자리도 함께 마련한다.